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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 예뻐서 풀꽃을 그립니다
풀꽃이 예뻐서 풀꽃을 그립니다
  • 최승우
  • 승인 2022.05.1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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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자 지음 | 웃는돌고래 | 128쪽

“안경자 작가님과 3년째 ‘산책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풀꽃이 지닌 작은 솜털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식물이 자라 온 시간과 자라날 방향까지 그림에 담도록 가르쳐 주셨어요.”(김혜정, 숲해설가, 동네책방 꽃피는책 운영자)
산책하면서 만난 풀꽃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을 함께한 이의 말대로, 빈 종이 앞에서 쩔쩔매던 누구라도 안경자 작가와 함께라면 고운 풀꽃 한 송이 피워낼 수 있게 된다. 나물로만 먹을 줄 알았지 꽃이 핀다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쑥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한 송이인 줄만 알았던 맨드라미가 수없이 많은 작은 꽃송이들이 더해져 만들어졌다는 것도, 따로 있으면 그리 예쁜 줄 모르는 여뀌도 모여 필 때 비로소 환하게 빛이 난다는 것도 오랫동안 풀꽃을 관찰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도감에 그려진 풀꽃이 이렇게나 작고 순순할 수가, 이렇게 소박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나 싶다. 이토록 다양한 초록을 누릴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귀하고 감사하다. 도감 전문 편집자 출신 기획자가 꼼꼼하게 진행했고, 충실한 취재와 오래 공들인 시간이 더해져 화가의 내공이 집약된 역작이 탄생했다.

|동네 풀밭을 함께 걷는 듯한 생태 화가의 풀꽃 도감|

“우리랑 살고 있는 풀이잖아요. 화려한 꽃보다 예뻐요, 내 눈에는.”
이 책에 그려진 81종 식물은 저자가 2년 동안 동네에서 만난 풀꽃이다. 가꾸지 않아도 계절마다 피어나는 작은 풀, 관상용으로 심어 길러서 화단이나 관공서 앞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저자의 추억이 담겨 반려 식물이 된 익숙한 풀꽃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가장 예뻐하는 풍경은 여러 풀꽃이 모여 자라는 모습이다. 꽃을 본 계절 순서로 한 종 한 종 풀꽃 그림을 보여 주며, ‘모여 자라는 풀꽃’ 풍경 장면도 계절별로 그려져 있어 풀밭을 걷는 듯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모여 있는 풀꽃 그림에서 각각의 식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같이 그리고 싶은 풀꽃, 따라 그리고 싶은 풀꽃 |

“누구나 그릴 수 있어요. 보이면 다 잘 그려요.”
식물을 잘 관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쁘다고 느끼면 자세히 보게 된다. 식물 그림은 꾸준한 관찰을 하며 과학적으로 그려냈고, 설명 글에서는 ‘예쁘다, 아름답다, 귀엽다’는 주관적 표현을 많이 했다. 작가가 풀꽃을 보았을 때 느낌을 맘껏 표현했다. 독자들이 풀꽃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움과 개성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사람에게 저마다 인상이 있듯이 풀마다 ‘풀상’이 있다고 느낀다. 작가는 ‘풀상’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며 위로를 받고 날마다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 느낌을 담아낸 풀꽃 그림을 보면 풀을 찾아 나서고 싶어지고, 연필과 종이를 꺼내 그리고 싶어진다. 예쁜 풀꽃을 소중하게 전하려는 작가의 바람이 그림에 향기를 더한다. 식물을 식물답게 그리는 법을 알차게 담은 책이지만, 따라 그리지 않고 그저 한 장 한 장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식물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풀꽃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기쁨이 전해지고, 정보는 알차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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