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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노동이 답이다
주4일 노동이 답이다
  • 최승우
  • 승인 2022.05.1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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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쿠트 외 2인 지음 | 이성철·장현정 옮김 | 호밀밭 | 136쪽

왜 바로 지금, 주4일 노동에 주목해야 하는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정상 normal’이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중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4일제를 포함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다양한 노동도 포함된다. 강제적으로나마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을 경험하게 됐고 시간이 지나 엔데믹(Endemic)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은 상당히 일상화되고 보편화 되었다.
2022년이 시작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4.5일제를 시작했다. 2022년 2월 15일에는 벨기에도 주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상당수 서유럽 국가가 주4일제를 보편적으로 도입했으며 2019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27%가 주4일제를 채택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OECD 국가 중 늘 2~3위를 다툴 만큼 장시간 노동과 야근으로 악명 높았고 수면 시간도 최하위로 알려진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담론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주5일제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주5일제 시행을 도입할 때에도 엄청난 논쟁과 우려가 있었다. 한 마디로, 주5일제를 시행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호들갑이었는데 그때가 불과 약 20년 전이지만 지금은 누구도 토요일에 일하는 걸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5일을 시행한 이후 경제성장률은 높아졌고 1인당 노동생산성도 늘어났으며 취업자가 늘어나고 ‘워라밸’로 표현되는 삶의 질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사실 임금 삭감 없이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도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아주 많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돌봄노동자들을 위한 하루 6시간 시험을 비롯해 2008년 미국 유타주의 대담한 실험, 네덜란드의 자발적 단축, 벨기에의 타임 크레딧 제도, 부문 및 작업장 수준에서의 협상 타결이 노동 시간 단축을 견인한 독일 금속노조와 영국 통신노조의 사례, 뉴질랜드와 아일랜드의 사례 등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실험과 사례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영국 신(新)경제재단 소속의 세 이론가는 고령화, 역성장, 일자리 나눔, 자동화, 무엇보다 노동 영역에서의 젠더 격차와 환경에 대한 고민 등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이 된 지금, 주4일 노동이 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주4일 노동은 전통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많은 일자리가 자동화되면서 유발되는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고 노동자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며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한 환경과 생태의 보호를 위해서도 기여하고 남성과 여성이 더 동등한 방식으로 유급과 무급 노동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을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많이 일할수록 정말 좋은가?

많이 일할수록 좋다는 생각은 사실 시대변화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단순하고 게으르다. 이 책의 주제랄 수 있는 ‘주4일 노동’이란, 간단히 말해 ‘임금 삭감 없이’ 주당 4일 32시간만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거의 유일한 나라이면서도 여전히 강도 높게 노동하는 걸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2021년 OECD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생산성은 가장 낮게 나타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도 단순히 ‘많이’ 일하는 문화에서, 더 ‘잘’ 일하는 문화로 관점을 달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 사례와 가장 최근의 연구를 바탕으로 명쾌하고도 압축적으로 도와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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