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7-07 18:58 (목)
수업 분위기 흐리는 학생에게 눈높이 맞추기
수업 분위기 흐리는 학생에게 눈높이 맞추기
  • 정해
  • 승인 2022.05.24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⑤ 정해 금오공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해 금오공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해 금오공대 교수(전자공학부 )

코로나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필자는 연구 년이 시작 될 무렵이었다. 설마 일 년 넘게 갈 리야 없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구 년이 끝날 때에도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랴부랴 동영상 강의하는 방법을 익히고, 2021년 새 학기를 맞이했다. Webex를 통해 학생들과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기존에 준비된 강의자료에 전자 펜으로 판서를 대치하니,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대화창을 통해 문자로 질문을 받으니, 오히려 학생들이 말로 할 때보다 좀 더 논리정연하게 질문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 시험성적은 좋지 않게 나왔다. 그럼에도 학교의 권고에 따라 대면 강의 때보다 A 비중을 높여 주었다. 이 학생들에게 성적을 이렇게 잘 줘도 되는 건가? 두 학기를 마치고, 대면과 비대면 선호도 조사를 하니 10명 중에 8명은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놓고 보면 이 설문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수업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2년에는 일상으로 돌아갈까 기대했건만 코로나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하지 말고 녹화를 떠 둘 걸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나중에 일상이 회복되면 플립러닝 (Fliped Learning)에 사용할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강의지원시스템에 녹화 강의를 올려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해당 주에 동영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녹화가 실시간 강의보다 훨씬 어려웠다.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 자폐증 환자처럼 중얼거리며 녹화하는 것이 내 적성에 맞지 아니하였다.

녹화 도중에 말이 수시로 끊어지고, 어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더욱이 녹화된 강의를 들어보고 나서야 필자의 목소리가 굉장히 탁하고 갈라지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비싼 돈 지불하면서 금오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하고 필자가 주연하는 핵노잼 영화를 일주일에 10시간씩 봐 주었던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 일일 확진자의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권고하였다. 내 강의실에는 다시금 반짝이는 100개의 눈동자와 쫑긋 세운 100개의 귀가 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정보가 이 200개의 입력기관을 경유하여  전달되겠지만, 내 강의를 자기들 멋대로 해석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중에 두세 명 남짓이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고, 서너 명 정도는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늦게나마 이해를 시도할 것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기말고사 3일 앞두고 내 강의노트를 외울 것이다. 그래도 비대면 수업과는 다르게 나의 보디랭귀지를 통해 뭔가가 더 전달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686 세대이다. 소위 국민학교 때 수업이 너무 시시해서 집중이 안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수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학교 2, 3학년이 되니 수업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저렇게 밖에 강의를 못하는 교수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학기 마칠 때까지 질문 한번 안했다. 저런 강의를 듣느니 군대를 선택했다. 복학해서 한두 번 예습해 보니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기 한결 쉬워졌다. 그러나 그 몇 번이 전부였다. 복습할 시간도 없는데, 내 주제에 예습이라니.

그렇게 학창시절은 지나가고, 연구원 생활을 거쳐, 어느덧 교수가 되었다. 필자는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 입 큰 개구리가 되었고 신임교수 때는 “요즘 학생들은 떠 먹여줘도 이해를 못해”라고 생각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과 MT를 갔는데, 3학년 학생 한명이 “교수님 수업 듣고 처음으로 삼각함수도 미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머리가 멍해졌다.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물론 그 학생은 문과 출신으로 교차지원으로 금오공대에 입학한 학생이다 (요즘은 왜 문과 학생들에게 왜 미적분을 제대로 안 가르치는 지... 대한민국 교육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등급이 높은 학생들도 있지만, 운이 좋아서 매우 낮은 등급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꽤있다. 그런 학생들이 강의실 분위기를 좌우한다. 뒷자리에 앉아서 껌을 씹고, 잠을 자고, 강의 집중을 어렵게 해서, 강의가 끝나고 나면 짜증이 난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학생을 향해 소리를 질러댄 적도 있고, 그런 학기에 강의평가는 형편없이 나왔다. 나는 혹시 대학교 때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그런 강사가 된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면

대면이건 비대면이건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수단이 변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이비설신의 (眼耳鼻舌身意)를 통하여 색성향미촉법 (色聲香味觸法)을 인식한다 [반야심경].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부처는 왜 오감 외에 하나를 더 추가하였을까? 意를 통하여 法을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우리 몸에는 의(意)라는 감각기관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치 (法)를 받아들이는 데 인간이 고도로 발달시킨 뇌의 전두엽이 해석 (意)을 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5개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유입되는 이치(法)를 전두엽을 통해 각자가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신경 전류가 뇌로 들어가서 암시나 과거 경험과의 연상 (혹은 연합)을 일으키기 전에 의식에 일으킨 효과가 바로 감각이다. 그러나 그런 순수한 감각은 태어난 후 초기 며칠 동안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그 말은 즉, 유아기를 지나면 각자의 누적된 경험을 통해 각자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강사가 대충 이해하고 있는 내용 (法)을 전달하면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 (意)에 따라 더욱 왜곡시켜 받아들인다. 결국 스스로 깨우칠 수는 있어도 남이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A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한 것을 B 감각기관을 통해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천적인 장님에게 사과의 색깔을 설명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나.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평생을 거기서 살아온 사람에게 아카시아 향기를 말로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도의 사색을 통해 얻어진 교수들의 지식을 학생들의 귀에다 대고 전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생들과 교수들의 뇌 구조는 다르다. 나는 지금도 학회에 가서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순식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온갖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게다가 전자공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다. 철학보다 더 형이상학적일지도 모른다. 생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전자의 흐름과 전파의 방사를 마치 본 적이 있는 척하며 학생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수업 분위기를 가장 흐리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강의를 하면 어떨까. 사진=픽사베이

그렇다고 교수가 가르침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물리현상 중에 공진현상 (혹은 공명)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물체는 각자 고유한 진동수를 갖고 있으며, 그 진동수에 맞추면 아주 약한 힘으로도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 그와 유사하게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능력이 있다. 수업 분위기를 가장 흐리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강의를 하면 어떨까. 수준 높은 학생들에겐 지루할 지도 모르지만, 가장 기초지식이 약한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게 내 눈높이를 낮추자. 그렇게 해서라도 학생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래서 내 과목에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면, 동기가 부여되고, 동기가 부여되면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원 선생처럼 쉽고 자상하게 가르치자. 쉽게 가르칠 수 없다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로 열의를 보여주자. 이론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이 기술이 왜 나왔는지, 어디에 적용되는 지부터 알려주자. 황당한 질문이라도 괜찮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메일이든, 금오톡이든, 연구실로 방문을 하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나에게 접촉하라고 부탁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필자의 강의가 공감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 학기마다 학생들은 최고의 찬사를 보내 주었다. 그게 비록 과도한 립 서비스일지라도 많이 고맙고 기뻤다. 필자는 과학자로서 뛰어난 연구 결과물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서 나름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상용화한 제품 하나와 해외로 팔려간 특허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연구 성과가 두드러진 교수들이 항상 부러웠다. 그러나 몇 년 전에 수여한 금오공대 강의대상은 지금껏 받은 어떤 성과보다 더 큰 기쁨을 주었다.

정해 금오공과대 전자공학부 교수
1998년부터 금오공대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여러 국가 연구지원 기관 및 지역 산업체와 다양한 연구과제 및 기술이전을 수행해 왔다. 금오공대에서 최근 3년(6학기) 연속 상위 20% 이내의 강의평가를 받은 전임교원에게 수여되는 '금강대상'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