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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닭 우는 소리'가 들릴까
언제쯤 '닭 우는 소리'가 들릴까
  • 이종성
  • 승인 2022.05.2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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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⑫_이종성 충남대 철학과 교수
물소를 타고 무위자연을 즐기는 노자. 사진=중화민국 국립고궁박물원
물소를 타고 무위자연을 즐기는 노자. 사진=중화민국 국립고궁박물원

노자는 중국 고대철학자 중 보기 드물게 어머니 리더십을 제창한 인물이다. 그는 여성성과 모성성을 강조한다. 이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당시의 전쟁과 살육을 비판하려는 방편적 성격이 짙다. 노자는 전쟁이 상서롭지 못한 것이며, 전쟁의 화마가 훑고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가시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다고 한다. 거꾸로 전쟁이 사라진 공간엔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것은 노자가 소국과 민론에서 제시한 하나의 메타포로 그가 꿈꾼 이상세계의 한 형태다.

노자의 메타포는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부장적 남근 중심주의 세계관을 가진 지배권력층의 확장 욕망을 비판하려는 하나의 전략적 방편이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전쟁의 현실을 직접 목도하고 살았기 때문에 전쟁이 사라진 공존과 평화의 세계를 꿈꿀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노자가 죽은 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상에선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점화된 전쟁 때문에 푸틴의 이름은 더 유명해졌다. 러우전쟁은 명예 지상주의자가 자신의 이름을 가장 손쉽게 알리는 방법이 전쟁에 있음을 확인케 한 사건이다. 전쟁으로부터 확보되는 명예, 특히 독재자의 명예는 뭇 생명을 희생시킨 결과라는 점에서 진정한 명예가 아니다. 독재자의 명예는 잉여적 욕망과 연대하며, 그 욕망은 늘 타자에 대한 살육과 전쟁이라는 반자연적인 사건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노자는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이상세계로 제시한다. 거기에는 전쟁이 없는 만물 공존과 평화의 공간적 의의가 있다. 나는 북한-중국-러시아의 삼합점(CNKPRU) 지대인 중국 훈춘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강물을 사이에 둔 채 국경 너머로부터 들려오던 닭 울음소리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이 사건은 노자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경지대에서 포성이 울리지 않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타자와의 공존과 평화가 현실이며 이상인 세상. 노자는 이것이 어머니로 유비 되는 자연에서 보장된다고 본다. 하 상공은 이를 ‘도는 만물의 정기를 기르니 어머니가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풀었다. 노자가 천인미분의 세계관을 견지했음을 감안할 때, 이는 결국 인간 세상에서도 어머니 같은 존재가 국정의 리더가 되어야 함을 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노자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노자의 시대만 해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질곡과 부조리, 모순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젠더 남성성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사람은 젠더 남성성이 권위와 용기, 폭력 등과 연대한다고 말한다. 노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가 자연적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온갖 종류의 인위적 행태들을 비판한 것만 봐도 그렇다. 노자는 사회적 남성성/여성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지점에서 근원적인 성 자체를 보라는 입장을 취한다. 거기까지 가는데 모성성을 이해하는 건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수 없다.

노자가 볼 때 모성성은 돌봄과 타자에의 배려를 통해 존재의 자연성을 지키는 역할수행에 충실하다. 타자를 자기화하거나 자기 욕망을 확장하기보다는 자기 수렴과 반성에 충실한 것이 모성성이다. 이런 맥락 위에서 노자는 어린아이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어머니 같은 자애의 정치를 제창한다. 이러한 노자의 어머니 리더십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지금도 힘없는 타자를 자기 자식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줄 어머니 같은 돌봄과 배려의 리더십이 요청된다. 과연 어떤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전쟁터로 내몰 수 있을까. 이 시점에 수많은 간난과 위험으로부터 자기 자식의 생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어머니 같은 참된 리더가 새삼 그리워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이종성 충남대 철학과 교수
현재 충남대 인문학연구원장과 대한철학회 및 율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장자연구로 충남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로 『믿음이란 무엇인가』(2014), 『율곡과 노자』(2016), 『맨얼굴의 장자』(2017), 『역사 속의 한국철학』(2017), 『동양필로시네마』(2019), 『위진현학』(2001, 공저), 『21세기의 동양철학』(2005,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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