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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6] 논바닥의 고생대 생물, 긴꼬리투구새우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6] 논바닥의 고생대 생물, 긴꼬리투구새우
  • 권오길
  • 승인 2022.05.2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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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투구새우
긴꼬리투구새우. 사진=위키미디어
긴꼬리투구새우. 사진=위키미디어

경기고등학교(72회) 시절 나의 반 학생이었던 양승국 변호사가 쓴 ‘세상 이야기’를 아침마다 이메일로 받는다. 등산과 사진 찍기,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여 어딜 가나 사진과 글로 삶의 흔적을 남기는 부지런한 양 판사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방곡곡의 발자국을 보내주니 나라 곳곳을 앉아서 구경한다. 오늘은 “느림의 섬, 청산도를 가다.”이다. 청산도는 완도군 청산면에 있는 섬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긴 글 중의 한 토막이다. 

전망대 앞에는 그야말로 느림 우체통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편지를 넣으면 6개월 후쯤에나 받아볼 수 있단다. 그러고 보니 저런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문명의 발달은 우리가 편지를 보내고 받는 설렘을 앗아갔다. 문득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그리고 다음 글도 눈길을 끄니, 내 고향 ‘산청(山淸)’ 이야기도 나온다. 

돌담을 돌아가니 ‘긴꼬리투구새우’ 전시관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사진으로 보이는 생김새가 꼬리는 길고 머리에는 투구를 쓴 것이 이름 그대로이다. 나는 이런 새우를 본 적이 없어 새우 화석이 발견되었나 했더니 현재도 논에서 사는 새우란다. 그으래? 설명을 보니 3억 년 전 고생대 지층에서도 발견된 긴꼬리투구새우는 그동안 모습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고 한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청산도의 논에서 살고 있는데, 이곳뿐만 아니라 영양, 산청, 거제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 2급 생물이라는데, 그래도 그렇지 왜 이 새우가 여태 나의 안테나에 잡히지 않았을까?

 긴꼬리투구새우(Triops longicaudatus)는 보통 이름이 longtail tadpole shrimp/American tadpole shrimp/ice tadpole shrimp이고, 긴꼬리투구새우과의 갑각류이며, 고생대의 화석에서도 발견된, 살아 있는 화석생물(生化石, living fossil)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가 친환경 논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개체 수가 늘어서 2012년에 해제되었다고 한다.

담수에 사는 긴꼬리투구새우는 바다에 나는 투구게(horseshoe crab)와 형태가 유사하고, 등 쪽에 몸의 2/3를 덮은 납작한 투구 모양의 황갈색 갑각(등딱지)을 갖고 있으며, 갑각의 앞쪽 중앙에 1쌍의 눈이 있다. 꼬리 부분을 제외한 몸길이는 3~5cm 정도이고 꼬리를 포함하면 7.5cm에 이르는 것도 있으며, 36~37개 몸마디로 나누어져 있고, 꼬리 마디의 끝에는 1쌍의 긴 부속지(filament)가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민물의 웅덩이나 논에 서식하고, 잡식성으로 다리로 진흙을 휘저어 먹이를 찾고, 조류(藻類, algae), 유기물, 원생동물, 또는 모기 유충이나 작은 곤충들도 먹는다. 알은 단단한 껍질에 쌓인 상태로 가뭄이나 겨울을 나고, 환경이 좋아지면 부화하며, 주로 단위생식(單爲生殖, parthenogenesis)을 한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고, 서인도 제도, 아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단위생식이란 암컷 배우자가 수컷 배우자와 수정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식 방법이다. 일례로 봄부터 여름에 걸쳐 볼 수 있는 진딧물은 날개가 없는 암컷인데, 이들은 수정되지 않은(未受精卵) ‘여름알’(2n)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외형이 7천만 년 전부터 거의 변하지 않은 화석생물로, 다리를 이용해 흙을 휘젓고 다니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잡초제거(흙탕물을 일으켜 잡초의 성장을 억제)나 해충 발생(장구벌레와 같은 해충의 유충을 잡아먹음)을 억제하는 등 친환경농법에 사용되기도 한다. 수명은 2~4주로 짧으며, 우기 때 생긴 물웅덩이에 알을 낳고, 건기가 지나 다시 우기가 오면 알에서 깨어나 번식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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