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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지대
개척지대
  • 최승우
  • 승인 2022.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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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개척문예간화회 지음 | 안지나 옮김 | 소명출판 | 240쪽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당시 진행되고 있던 주요 만주이민정책을 소재로 삼고 있다. 혼혈을 막고 남성 이민자를 가정의 힘으로 위로하기 위한 ‘대륙의 신부’, 성년 이민을 대체하고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동원된 ‘대륙의 아이(청소년의용군)’, 모성으로 청소년의용군의 거칠어진 심성을 다독이기 위해 모집한 ‘대륙의 어머니(청소년의용군 료보)’까지, 미명을 붙여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는 행위 자체가 만주이민의 비합리성과 어리석음을 증명한다.

그것은 결국 국책이라는 이름으로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면 국가의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은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하고 우수한 일본 농민을 선별하여 만주로 이동시키고, 건강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일본인 아이를 낳아 기르며, 자작농으로서 ‘만주국’ 내부에서 유사시에는 군인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일본인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마지않는 오만함과 어리석음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종류의 어리석음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에서도 반드시 낯선 것은 아니다.
『개척지대』가 보여주는 것은 1930년대 광대한 식민지와 점령지를 내포하면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던 제국 일본이 그 내부의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이려 했는지, 그리고 ‘외지’와 ‘내지’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을 당시 국책문학이 어떻게 묘사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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