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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 최승우
  • 승인 2022.05.2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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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지음 | 페이퍼로드 | 332쪽

100여 장의 옛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우리 조상들의 문화와 철학, 그리고 「동의보감」

“그림은 형태를 묘사하여 마음을 드러내고.
의학은 형태를 살펴 마음과 건강을 밝혀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의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허준과 「동의보감」에 대해서는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집념〉을 시작으로 〈동의보감〉, 〈허준〉, 〈구암 허준〉까지 여러 번의 드라마화를 거쳐 우리에게는 제법 친숙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서울에는 허준 박물관도 있고, 경상남도에는 동의보감로라는 도로도 있다.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2013년은 ‘유네스코가 정한 동의보감의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높은 유명세에 비해 대부분의 비전공자에게 한의학이란 그저 “보약 지어주고 침 놔주는 의술” 정도로, 대략적인 인상 그 이상의 것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조금만 걸음을 옮겨도, 손 안의 모바일 폰을 조금만 뒤져봐도 그림 한두 점쯤은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의 옛 그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 윤두서의 초상, 신사임당이 그린 풀과 벌레 그림 등은 아는 사람도 많고, 찾아보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저 “옛날에 그린 잘 그린 그림” 정도로만 느낄 뿐,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함의 혹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의 연관성을 떠올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문화란 시대 속 삶의 모습을 반영하며, 더 나아지고 더 다양해질지언정, 본래 갖고 있는 근본만은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옛 그림과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은 어떤 점에서 만나고 있을까? 한의학은 본디 의학이면서 철학이다. 해부학적 구조보다는 실제 우리 몸 안에서의 기능을 더 중시하는 측면이 있다. 동양화도 그림 기법보다는 철학적인 면을 중시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하여 겉모습의 치밀한 묘사만이 아니라, 내면을 포함한 대상 그 자체를 온전히 그림으로 옮겨 놓으려 한다. 옛 그림과 한의학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만나고 있다.

책에는 매 꼭지마다 1~3편 정도씩 우리 조상들이 그렸던 옛 그림들이 소개된다. 그림 속에서 우리는 한의학이 말하는 건강의 징후를 찾을 수도 있고, 한약재의 모습이나 풍속의 한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하듯 한 장 한 장 그림을 살펴보노라면, 어느새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한의학의 자취와 우리 조상들의 삶,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까지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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