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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
  • 최승우
  • 승인 2022.05.27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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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168쪽

국어학자 남영신의 시를 통한 국어 공부, 표현편
국어사전에 있는 수많은 어휘 중에 시인의 선택을 받아 생명력을 얻은 어휘들,
시를 이루는 관용구와 수사법

‘시 감상과 국어 공부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보자!’
이런 야심찬 포부로 출발한 《시로 국어 공부》 마지막인 표현편이 발간되었다. 아름다운 시어들로 수를 놓는 시는 하나의 예술이고, 예술은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국어사전에 있는 그 많은 어휘 중에서 시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시상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어휘를 선택할까.
평생 우리 말글 바르게 쓰기 운동을 펼쳐온 국어학자 남영신의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에서는 표현의 단위로서 단어와 관용구, 그리고 수사법에 대한 공부를 한다. 김영랑의 〈오메, 단풍 들겄네〉, 박두진의 〈꽃과 항구〉, 유안진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박목월의 〈산도화 1〉, 김소월의 〈기억〉, 조지훈의 〈여인〉, 김수영의 〈사랑〉, 안도현의 〈나그네〉, 신달자의 〈너의 이름을 부르면〉, 정호승의 〈사북을 떠나며〉, 김지하의 〈아주까리 신풍神風〉, 백석의 〈여승〉 등의 시에서 시인들의 선택을 받아 생명력을 얻은 아름다운 시어들이 지닌 고유의 뜻을 익힌다. 또한 시를 이루고 있는 관용구, 시에서 두드러지게 쓰이는 수사법도 공부한다.

《시로 국어 공부》는 총 3권으로 구성이 된다. 1권은 ‘문법’편으로, 문법의 기본 개념을 개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태소, 단어, 구, 절, 품사, 문장 성분, 문장 종류 등을 설명한다. 2권은 ‘조사·어미’편으로, 문법의 가장 기본인 조사와 어미의 종류, 기능 등을 설명하고 개별 조사와 어미의 사용법을 제시한다. 3권은 ‘표현’편으로, 유익한 단어나 시인들이 많이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단어, 국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문법적 관용구, 시에 많이 쓰이는 수사법 등을 실었다.
《시로 국어 공부》에서 다루는 문법은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의 문법을 총정리한 것이다. 그러니까 초등 국어에서 중고등·수능까지, 국어 문법을 다 담았다. 국어 문법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다시 공부하고 싶은 분, 국어 공부를 총정리하고 싶은 분, 한국 근현대 대표 시를 감상하고 싶은 분 모두에게 추천한다.

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더욱 널리 이용되고
후대에 남아야 할 시의 언어 공부

시어들 중에는 일상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 어휘들도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고 잘 갈고닦아 사용해야 할 만한 단어들이 많다. 저자는 “특정 시에 쓰이는 특별한 단어로 국어 공부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 단어들의 의미를 잘 설명해서 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고자 했다. 이 어휘들이 더욱 널리 이용되고 후대에 길이 남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크다.”라고 말한다. 김영랑의 〈오매, 단풍 들겄네〉에 나오는 ‘정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에서 ‘골붉다’라는 어휘에 대한 이야기다.

[골붉다]
단풍이 드는 나무의 여러 잎중에서 다른 잎은 아직 색이 그대로인데 먼저 변하여 붉다. 9월 즈음에 먼저 붉은색으로 일찍 변하는 나뭇잎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ㆍ‘붉다’를 사용한 복합어
검붉다: 검은빛을 띠면서 붉다.
새붉다: 새뜻하게 붉다.
연붉다: =엷북다.
엷붉다: 엷게 붉다.
짙붉다: 짙게 붉다.
회붉다: 흰빛이 돌면서 붉다.

이병기의 〈매화〉에 나오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곧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에서 ‘이아치다’라는 어휘를 한 번 보자.

[이아치다]
자연의 힘이나 사람의 방해로 해를 입다. 또는 그런 힘으로 해를 입히다.

이 시에서 ‘이아치다’는 ‘시달리다’와 호응한다.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을 ‘이아치다’로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매화 봉오리가 왜 이리 벌어지지 않는지 이리저리 만지고 때로는 똑 따는 만행(?)까지 저지르면서 매화를 괴롭힐지 모른다. ‘이아치다’는 이런 시달림을 받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
조사와 어미를 함께 사용하는 관용구

관용구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이다. 예를 들어, ‘발이 넓다’는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라는 뜻이고, ‘손이 크다’는 ‘씀씀이가 후하고 크다.’를 뜻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시를 더욱 잘 표현해주는 관용구로, 주로 조사와 어미를 함께 사용하는 관용구에 주목했다.
한국어는 조사와 어미를 문법 요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조사와 어미를 사용한 관용구를 익혀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조사와 어미를 활용한 관용구를 표현의 소재로서 다루었다. ‘ㄹ 수밖에 없다’는 분명 관용구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이를 관용구로 설명해 놓지 않아 따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회에 공부해볼 것을 추천한다. ‘로 해서’ ‘만 하다’도 익혀 두면 좋은 관용구이다. 김수영 〈사랑〉의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라는 시구에서 ‘로 해서’에 대한 설명이다.

[로 해서]
‘해서’는 ‘하여서’가 줄어든 말인데, ‘어떤 장소를 거쳐서’ 또는 ‘어떤 사실로 말미암아’의 뜻으로 쓰인다.

ㆍ군산으로 해서 목포까지 가기로 했다.
ㆍ그 일로 해서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 시는 역설적이게도 사랑이란 변하기 쉬운 것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변화의 순간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힘도 사랑에서 나옴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너로 해서’는 ‘너로 말미암아’의 뜻을 나타내지만 ‘말미암아’를 쓴 것보다 ‘해서’를 쓴 것이 훨씬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원인을 따지지 않은 것 같으면서 원인을 밝히는 방법으로 이 표현이 안성맞춤이다.

평범한 문장이 시가 되게 해주는,
시를 예술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인 수사법

수사법은 시를 예술로 만들어 주는 아주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일상적인 몸짓이 상징성을 갖출 때 춤이라는 예술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평범한 문장이 시가 되어 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수사법이 관여한다. 이 책에서는 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비유법과 강조법, 변화법에 대해 공부한다. 사물을 묘사할 때 그 사물의 모양이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설명을 하지 않고 한마디로 그 사물의 특성을 이해시키는 비법이 바로 비유법이다. 조병화의 〈벗〉이라는 시 속에 들어 있는 비유법의 기법 중에 하나인 은유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병화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이 시는 은유의 향연이라고 할 만하다. ‘벗’은 ‘존재의 숙소’, ‘등불’, ‘휴식’, ‘여행’, ‘눈물’, ‘손짓’으로 은유되고 있다. 이것들의 어떤 속성이 서로 통하는지 독자들이 유추하고 감상해야 할 것이다. 시에 적힌 아타미는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 반도에 있는 유명한 온천 관광 도시이다. 이곳 해변에 벗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벗들이 아마 은유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들 은유에 어떤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시 속의 어휘와 표현들에 집중하다 보면 시와 국어 공부가 더욱 편안하게 다가오고, 더욱 유려한 문장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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