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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생산 자산·인적 자본’을
시민들에게 ‘생산 자산·인적 자본’을
  • 김재호
  • 승인 2022.06.0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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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⑦ 김현섭 서울대 교수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14일 김현섭 서울대 교수(철학과)가 「자유와 정의: 자유주의적 정의론」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8강은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의 「실존과 자유」, 제9강은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철학과)의 「분별심으로부터의 자유: 불교의 깨달음과 해탈」, 제10강은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철학)의 「도가의 자유관」, 제11강은 장동진 연세대 명예교수(정치사상)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역사와 전개」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구조를 형성·유지해 후대에 전수
만민법은 존중·관용·협력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옹호

존 롤스(1921 ~ 2002)의 『정의론』(1971)이 발표되기 전인 20세기 전반 영어권 철학계에서는 규범 윤리학보다 메타 윤리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자연과학의 발달로 과학적 세계관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가치와 규범이 과학적 세계관과 양립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객관적 참이 존재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입장의 도전이 제기되었고 그에 대해 답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메타 윤리학이 활발했다. 롤스는 공리주의와 대비되는 자유주의적 사회 윤리를 제창하여 규범 윤리학 특히 정치철학의 부흥을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롤스의 정치철학은 개인의 자유가 많은 사람의 복지, 사회경제적 이익이라는 명목하에 희생될 수 없음을 이론적으로 주창했다. 

 

김현섭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롤스의 정의론과 만민법을 통해 자유와 정의, 국제질서에 대해 논의했다. 핵심은 상호 호혜성이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고 공정한 호혜적 협력의 근간이 되는 사회의 기본 구조에 실현된 정의의 원칙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준수하며 그 이해에 기초해 그 기본 구조를 지지하면, 각 시민이 안정적인 사회 제도 하에서 서로를 존중·인정하며 자신의 삶의 계획을 자신 있게 추구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적 협력의 성과 전체를 자신의 성취로 볼 수 있으므로 각자에게 이익이 된다.

롤스는 인생관의 능력을 개발·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로 양심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정의감의 능력을 개발·발휘하기 위한 자유로 정치적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든다. 그리고 이 자유들을 적절히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인 신체의 온전성, 이동 및 직업의 자유, 법치주의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와 자유도 기본적 자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상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 보장은 정부의 권력 행사가 정당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도 할 것이다.

롤스의 정의 원칙이 구현된 사회의 기본 구조는 재분배(re-distribution)가 아니라 사전분배(pre-distribution)에 초점을 맞춘다. 즉 호혜적 협력과 그 이익의 배분이 일어난 결과 발생한 소유권에 개입하여 누가 얼마나 소비할지 다시 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경쟁적인 시장에서 자유롭게 협력하더라도 최소 수혜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정의로운 배경 조건의 확보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롤스는 사고와 불운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구제를 주된 목표로 하는 복지 국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생산 자산과 인적 자본(교육된 능력과 훈련된 기술)을 넓고 고르게 보유한 재산 소유 민주주의를 자신의 정의 원칙을 잘 구현하는 제도로 본다.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구조를 형성,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자본을 축적하여 후대에 전수하는 것만이 정의의 의무이며, 이를 위해 거대한 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물적, 인적 자본을 축적하며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정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이 개발, 융합되며 만들어진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통해 상품의 종류와 생산 기술이 갱신되어 경제가 성장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롤스의 정의 원칙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첫쨰, 다양한 능력과 삶의 방식을 가진 여러 시민들이 생산 과정에서 협력하므로 사회적 호혜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다. 둘째, 시민들의 소득이 고루 늘어나면, 풍부하게 제공되는 상품을 활용해 다양한 삶의 계획을 추구, 실현할 능력이 제고된다. 특히 보건의료 자원 제공의 확대로 건강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생산성 증대로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줄면서, 지적·예술적·관계적 활동 등에 참여할 여가 즉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확장된다. 셋째, 자연재해나 전염병을 비롯한 재난의 해악을 경감시키고 그에 적응할 사회의 능력을 증진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으로부터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구조를 보호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요컨대 생산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능력을 개발해 인적 자본을 두루 가지고 그것이 상보적으로 활용되면, 롤스의 정의 원칙들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현되는 데 기여하고 그 근본 이념인 상호 이익 즉 호혜성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민주적 정부로서 근본 이익 추구

자유주의 국가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헌정 민주적 정부를 통해 국가의 근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공통된다. 자유주의 국가의 근본 이익은 정치적 독립, 영토 보전, 국민의 안전 보장, 정의로운 사회의 기본 구조 등이고 영토 확장, 국가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의 전파, 경제적 우위 확대는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자유주의 국가는 그 사회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 대해 호혜성의 기준을 준수한다. 즉 다른 나라들이 공정한 협력의 조건을 준수하고 자국을 존중하여 국가의 자존감을 지켜주면, 스스로도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을 존중하고 더 큰 이득을 위해 공정한 협력의 조건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롤스의 『만민법』(1999)은 국제 정치학, 국제 관계론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주의와 대비되는 자유주의, 일종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롤스의 『만민법』에서 국제 관계의 분석 수준, 국제 정치의 주요 행위자는 개인이나 국제 기구라기보다는 국가라 할 수 있다. 

『만민법』상 자유주의 국가의 외교 정책 원칙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자유주의 국가들과는 무역 등 상호 협력 ② 비자유주의적이지만 괜찮은 국가들(decent peoples)에 대해서는 존중과 관용 ③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호전적인 불법 국가들에 대해서는 비난, 제재, 불가피한 경우 강제 개입하여 적극 억제 ④ 곤경에 처한 사회들(burdened societies)은 질서정연한 사회를 설립하도록 부조. 

다양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호혜적으로 준수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정한 국가간 협력의 조건이 만민법의 원칙들이다. 그 내용은 전통적인 국제법의 원칙들과 유사하게,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에 대한 자주독립 존중, 불간섭, 대등한 조약의 체결 및 준수, 침략적 전쟁의 부인 등을 포함한다. 자유주의 국가는 그 성격상 만민법 원칙들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며, 모든 자유주의 국가들이 그 원칙들을 준수하는 관행이 공인되고 상당 기간 지속되면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호혜성으로 인해 만민법 원칙의 수용이 내면화되어 만민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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