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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제한·녹화사업·물가상승, 봉쇄된 대학의 중국 학생들
이동제한·녹화사업·물가상승, 봉쇄된 대학의 중국 학생들
  • 조대호
  • 승인 2022.06.07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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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보도를 보니 한국은 이미 코로나로부터 해방된 듯하다. 그런데 내가 있는 중국은 여전히, 아니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는 이제부터 시작인지 조잡스러운 규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통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학교 내부의 통제는 외부보다 더 엄격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얼마 전부터 북경 전역이 오미크론으로 인해 준봉쇄 상황에 달하면서 학교는 시정부(市政府)의 방역정책보다 더 심하게 학생들을 통제했다. 우리 학교는 소속한 구 단위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일차적으로 학교 출입 인원을 모두 통제한다. 그런데 여기서 교내 거주민이나 교사, 직원 등은 제외된다. 지난 2년 동안 학교는 독불장군식 공지를 통해 출입을 통제하다가 최근 들어 학생들의 민원이 쇄도하자 말투가 비교적 부드러워졌다.

델타 변이만큼은 중국식 방역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오미크론을 막기에는 좀 버거웠다. 요 며칠 사이 하루가 다르게 교내 방역정책은 바뀌고 있다. 학생 인원 출입 통제가 1단계였다면 2단계부터는 교수와 직원들마저도 통제하기 시작하였고 일주일간 모두 화상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통지가 내려졌다. 실습, 면접, 시험 등의 중요한 일이 있는 경우 학과의 동의를 받고 출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불과 3일도 안 돼 3단계부터는 대단히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이 나갈 수 없게 되었고 화상 수업은 다시 1주일이 추가됐다. 일주일 후 코로나 상황이 호전된다면 즉시 교문을 개방한다 등의 희망적인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4단계에 접어들자 학교는 교외 배달 물건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잠정 금지했다. 또 학교는 학생들을 최대한 고향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으며, 주민구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교내 출입을 제한했다. 그런데 때 아닌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은 이동 시 행적마(2주 동안 자신의 다녀온 곳이 표시되어 있는 어플)를 항상 검사하는데 북경에 코로나 환자가 있어 고향으로 돌아가면 격리되거나 역까지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 학생들이 고향에 가 3주 격리하는 등의 고생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학교는 방역 부담을 덜기 위해 학생들을 가능한 보내려고 했다. 출입이 제한된 주민구에 사는 학생들은 교내에 있는 학생식당도 샤워실도, 공부하러 학교도 올 수 없다. 학교 측은 주민들이 학생들에 비해 이동에 대한 자유도가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감염이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통제했다.

하루도 안 되어 학교는 다시 공지를 발표하여 전인원 회향은 잠정 중단시켰고 주민구에 사는 학생들을 학교 내 남은 기숙사나 호텔에서 임시로 거주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다가 학생들은 하루걸러 핵산 검사를 한 지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목이 아프기 전에 잦은 검사 때문에 목이 더 칼칼하다. 
이러한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중국 학생들은 교내 잔디밭에서 밤을 새워 옹기종기 모여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며 서로를 달랬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잔디 보호와 녹화사업을 해야 한다며 저녁 11시부터 물을 뿌린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상식적으로라면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두세 시경에 작업을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교내 식당에서 취식까지 불허했다. 아이러니하게 도서관 이용은 또 가능하다. 

나는 근래에 이와 같은 학교 측의 방역정책을 지켜보며 코로나가 사람을 잡기보다는 방역정책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 모양새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펄펄 끓는 점심을 먹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설상가상으로 교내 편의점 콜라 가격은 약 450원에서 1100원 올랐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불안과 동요를 방지하고자 교내 물자 공급과 가격도 안정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말이 무색하다. 우리 학교 교내 자본가들은 확실히 독초(毒草)가 분명했다. 이 지경에 이르자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북경도 상해처럼 될까 줄지어 한국으로 떠나고 있다.

한편으로 학교의 조석변개와 같은 방역정책도 충분히 이해한다. 안타깝게 이들도 상부 방역 위원회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방역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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