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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선생의 일상, ‘편지·도서목록’으로 들여다보다
퇴계 선생의 일상, ‘편지·도서목록’으로 들여다보다
  • 이장우
  • 승인 2022.06.1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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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퇴계 선생의 생활과 시_(상)

퇴계 이황의 소장도서목록은 처음으로 공개
퇴계학연구원 정본·신국역 사업에 참조 되길

책 이름을 “생활과 시”라고 하였는데, 생활은 주로 아드님과 나눈 주로 집안 살림, 사 생활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으며, 시는 내용에 있어 별 일관성은 없다. 집안 살림이나 사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는, 40대 초반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하고 분석하였는데, 아마 처음 듣게 되는 생소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장우 영남대 명예교가 올해 3월 명문당에서 『이퇴계 선생의 생활과 시』(652쪽)을 펴냈다. 이 명예교수는 이퇴계 선생에 대한 집안 살림과 사생활 이야기 등 생소한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시는 40대 초반에 의주,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지역에 공무나, 어사로 다니시면서 쓴 시들과, 주세붕(신재), 조목(월천), 유성룡(서애), 이이(율곡) 같은 분들과 관련된 시들과, 승려들에게 지어준 시, 특히 은일시인 도연명의 시를 보고서 지은 시 같은 것을 좀 풀어 보기도 하고 자세하게 살펴보기도 하였다. 어떤 시는 슬쩍 보기에는 알 것 같았으나, 들여다볼수록 깊이가 깊은 시가 많아서, 읽고 푸는데 고생은 하였으나, 독자들이 동감하게 될지는 두려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필자가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있으며, 특히 퇴계 선생의 「소장도서목록」 같은 것은 누구도 모르던 것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니, 이로써 “만권서를 읽어가는 삶”을 자처하신 퇴계 선생의 참모습의 일면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도 중요한 근거를 하나 찾아낸 것이라고 자부한다. 

“눈을 밟으면서 들판 길을 걸어가는데, / 함부로 되는대로 이리 저리 걸을 수가 없구나. / 오늘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발자취가, / 모름지기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 김구 선생께서 애송하시던 시다. 필자는 이 시를 자주 읊어 보면서 본인이 하는 이러한 힘든 일이 아무쪼록 이정표까지야 못되더라도, “함부로 걷는 걸음걸이[胡亂行]”은 되지 않기를 다짐하고 있다. 지금 퇴계학연구원에서는 수십 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확보하여,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또 공개하기를 꺼리던, 모든 자료를 모두 수합하여, 20권에 가까운 『정본(定本) 퇴계전서』를 편집 중이고, 또 앞으로 그 정본에 의거하여 『신국역 퇴계전서』를 35권이나 발간할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최근에 이 정본사업에 자진하여 참여하여, 그 가서 부분의 원문 교열을, 정말 즐겁고 보람차게 수행하고 있다. 어찌 이러한 중요하고도 뜻있는, 거국적인 문화 사업에 내가 “함부로 되는대로[胡亂]” 끼어들 수가 있겠는가? 

앞으로 그 신국역 사업에도 아무쪼록 내가 애써 다듬어 보고자하고 있는, 이 퇴계 선생의 가서와 시에 관련된 초보적이고 미숙한 작업들이 조금이라도 참조가 되어, 더욱더 잘 다듬어지고, 훌륭한 수준으로 변모되어 나기를 바랄 뿐이다.

 

1·2차 자료와 가서를 읽는 재미

이 작업을 마무리하기 전에, 비슷한 공부를 한 선배가 낸 저서가 하나 있어 그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다시 좀 살펴보았다. 고 권오봉 교수가 일본의 쓰꾸바(筑坡) 대학에 제출한 박사논문을 근년에 한글로 번역하여 놓은 『가서로 통해본 퇴계의 삶과 사상』(상․중․하 3권, 대구 완락제, 2020년 7월)이라는 매우 두텁고도 무거운 책이다.

이 분은 퇴계 선생이 쓴 편지를 모아둔 가서의 내용을, 퇴계 선생의 제자인 학봉 선생이 주관하여 만들어 놓은 『퇴계선생언행록』의 체제에 대충 맞추어 항목을 분류하고 그 언행록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모두 전적으로 수긍하고 신봉하면서, 그 언행록에서 퇴계선생에 관하여 보완할만한 이야기만을 가서에서 골라서 보충하는 형식으로, 이 가서의 내용을 여기 저기 흩어서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서』는 퇴계 선생이 직접 친필로 적어놓은 내용이니까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제1차 자료라 하겠고, 언행록은 그 제자나 자손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책이니까 제2차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듣고, 또 알고 있기로는, 어떤 이야기든 제1차 자료를 무엇보다도 중시하고, 2차 자료는 1차 자료를 보완하는 정도로 참조하는 것이 통례라고 하는데, 이 연구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1차 자료 보다가 2차 자료를 우선시하고 있으니, 이러한 사례는 매우 독특하고 유별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2차 자료에서 다루지 않은 가서의 내용은 별로 다룰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 책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으니, 정말 의외다. 예를 들자면, 함부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이 집안의 허다한 비사(祕史)나, 수많은 노비들에 관련된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이야기나 처벌,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의식주에 관련된 역시 아주 사소하게 보지만, 매우 구체적인 실화 같은 것 등이다. 사실 이 가서를 읽는 재미는 이렇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읽어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이장우
영남대 명예교수·중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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