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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
  • 최승우
  • 승인 2022.06.03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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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연구회·염무웅 외 14인 지음 | 솔 | 464쪽

우리가 아는 김수영에서, 다시 백 년의 시인 김수영으로
“시나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곧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사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한국문학의 장에서 여전히 사유와 해석의 새로움을 현재적으로 갱신하는 전위의 시인 김수영(1921~1968). 시 「공자의 생활난」에서 시인은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라고 하는데, 이는 김수영의 시 세계를 대표할 만한 선언이다. 시인은 기존의 관습과 선입견에서 깨어나 ‘바로 보는’ 존재로서의 시인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런 시인에게 바로 보아야 할 것은 사물이나 현실, 타자만이 아니었다. 시인은 자기 자신마저도 정시하고 탐구해야 할 시적 대상으로 삼아 자기 내부의 속임수와 허위의식을 치열하게 성찰하고 고발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와 자신의 시 세계를 변화시키고 갱신해나갔다.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김수영연구회는 김수영의 시와 삶을 전방위로 가로지르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갈무리하고 그의 시 세계가 지닌 첨예한 역동성을 포착하고 확장시켰다. 특히 김수영의 번역 작업이 그의 시 세계에 미친 시적·사상적 영향을 밀도 있게 고찰했다. 시인 김수영에게 있어 시 세계의 갱신은 시인 자신의 변모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이 책에 실린 15개의 논의들은 시와 삶이 치열하게 만나는 김수영의 면면들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감각이 어떻게 그의 시 세계를 만들어내는가에 주목함으로써 김수영 시를 읽는 새롭고도 입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시인 김수영에서 사상가 김수영, 스타일리스트 김수영과 읽고 번역하는 김수영까지 입체적인 김수영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의 1부에서는 한국문학사에서 김수영이 지닌 현재적 위상을 검토하고 시인에 대한 2천 년대의 연구사를 총괄하는 한편, 시인 김수영과 인간 김수영이 만나는 다양한 지점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김수영의 시가 어떻게 고정된 틀을 탈피하여 자유와 혁명, 사랑의 지평으로 나아가는지를 깊이 읽어본다. 경계, 바로보기, 니체, 자본 담론, 시간이라는 키워드는 김수영 시의 역학을 좀 더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게 해준다. 3부에서는 김수영의 외국 문학 번역 작업이 김수영 시의 날카로운 현대성에 끼친 영향과 그가 어떤 사상적인 영향 속에서 시의 감각과 시대에 대한 예리한 감성을 만들어갔는지 다양하게 짚어보면서 외국 문학과의 대결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 김수영의 시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4부는 앞으로 도래할 김수영 연구의 비전을 논했다. 김수영 연구의 한계와 전망을 검토하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롭게 갱신될 김수영 문학의 다음을 예비하고 있다.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아는 김수영에서 우리가 몰랐던 김수영으로, 탄생 백 주년의 시인 김수영에서 계속해서 읽히고 재의미화될 다시 백 년의 시인 김수영으로, 김수영의 다양한 면모들과 여전히 갱신될 가능성을 지닐 김수영의 시 세계의 역동성을 이해할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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