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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셀림
술탄 셀림
  • 최승우
  • 승인 2022.06.1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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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미카일 지음 |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848쪽

콜럼버스의 대서양 개척과 루터의 종교개혁
그 배후에 강대한 이슬람 제국 오스만이 있었다
흥미진진한 영웅적 대서사시에 흐르는 획기적인 통찰

콜럼버스가 대서양의 서쪽으로 항해한 일, 스페인에서 유대인을 축출한 일, 마르틴 루터가 교황청에 대항하기 위해 술탄의 기다란 그림자를 언급한 일이 1500년 전후라는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근대 초창기 유럽 세계에서 일어난 이 모든 행위의 배경에는 오스만제국이 있었다. 16세기에 최정상의 권위를 획득한 오스만은 놀라운 군사적 지배력으로 당시의 어떤 국가보다 더 넓은 땅을 확보하고 더 많은 백성을 다스렸으며 광대한 무역로를 장악했다. 그들의 위력 앞에서 유럽인들은 지중해를 포기하고 신세계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 제국을 그처럼 강대하고 두려운 존재로 만든 것은 9대 술탄 셀림 1세(재위 1512~1520)였다. 술탄 바예지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셀림은 통솔력과 군사적 탁월함 등을 바탕으로 제국의 왕위를 거머쥐었다. 그는 오스만의 영토를 세 배나 더 확장하고 제국의 통치 구조를 완성하여, 이후 400년간이나 지속된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세상에 드리운 신의 그림자’로 불린 셀림은 피정복지마다 고유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유지하도록 용인했고, 종교적 다양성 정책을 펼쳐서 유대인 역시 제국의 품 안에 포용했다.

예일대 역사학과장이 쓴 이 책은 셀림의 탄생부터 죽음 이후까지 전 생애를 탁월한 필력으로 그려내면서, 이 강대한 이슬람 제국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 근대가 형성되기 시작되었다는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주장을 펼친다. 아울러 책의 전반에 걸쳐 배치된 지도 20여 장과 원색의 컬러 삽화는 1500년경의 도시, 사회, 문화지역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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