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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
  • 최승우
  • 승인 2022.06.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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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초운 지음 |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328쪽

과학 소설보다 흥미로운 마커스 초운의 과학 논픽션
일상을 지배하는 50가지 과학 이야기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는 호박 속 모기를 이용해 공룡을 부활시킨다. 공룡을 살리는 것으로 묘사된 곤충 한 마리가 실제로는 공룡을 멸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모기 한 마리가 가진 전자를 모두 없앤다면 어떻게 될까. 양전하를 띤 원자핵만 남게 되고 같은 종류의 전하는 서로 밀어내는 성질에 의해 모기는 폭발할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공룡 멸종에 마지막 한 방을 날린 소행성 충돌의 위력과 맞먹는다.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에서는 이렇듯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가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여러 과학적 질서를 펼쳐 보인다. 생물학과 화학, 인류학, 일반물리학과 천체물리학, 양자 이론까지를 아우르는 50가지 과학 이야기는 친절한 설명과 저자만의 유머로 채워져 있어 재미있는 과학 강연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커스 초운은 실제로 강연을 준비하며 집필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과학 저술가인 그는 해박한 과학 지식과 과학을 일상에 접목한 뒤 쉽게 설명하는 재치를 바탕으로 저술 활동뿐 아니라 강연,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렇듯 활발한 활동 뒤에는 과학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는 과학인으로서의 면모도 숨어 있다. 과학계 석학들과 교류해온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리처드 파인먼의 지도하에 천체물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칼 세이건과도 인연이 깊다.

특히 책의 도입부에 담긴 칼 세이건과의 일화는 주목할 만한데, 저자가 과학과 과학 소설 가운데 무엇이 더 좋냐고 묻자 세이건은 망설임 없이 과학이라고 답한다. 세이건은 과학이 과학 소설보다 훨씬 이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으며 저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우주는 우리 인류가 발명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이상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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