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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사민주의자 ‘김종철’···시민의회를 활용하자
생태·사민주의자 ‘김종철’···시민의회를 활용하자
  • 최승우
  • 승인 2022.06.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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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발언 3』 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230쪽

자본과 국가주의에 저항하는 힘
평화와 공존, 시민권력을 지향

이 책은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었던 김종철의 유고집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민중의 소리>에 썼던 글을 모아 엮었다. 그의 시야는 정치와 경제, 생태, 사회를 넘나든다. 사회를 분석·통찰하고 주로 일침하는 내용이다. ‘엮은이의 말’에서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은 “이미 발표되고 몇 해가 경과한 글들이 오늘과 내일의 독자들에게는 시효를 다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면, 소중한 나무(종이)를 소모해야 하는 출판행위에 대해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책의 메시지가 지금에 와서도 큰 공감과 의미를 줄 수 있을거라 자신감을 내비친다.

고 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1947~2020).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고 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1947~2020).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작고한 저자는 생태주의자이며 사민주의자다. 위안부 문제, 브렉시트, 농민 백남기, 시민 의회, 비무장 중립국, 코로나까지 사고의 저변이 다양하며 거시적이다. 그는 생태와 평화를 말한다. 독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야만을 떨치고 오롯히 깨어있을 것을 주문한다. 자본과 국가주의 폭력의 그림자란 너무나 거대하고 부지불식간에 교묘하게 틈입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그 것을 감지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체제 모순이나 불합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지식인일 수밖에 없다. 사회의 폭력과 야만에 경종을 울리는 탄광속의 카나리아같은 울림이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

칼 마르크스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혁(내지는 실천)하는 것이다” 김종철의 책 ‘발언’은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집착하기 보다는 실천철학에 가깝다. 저자는 “무엇보다 정부가 국가적 난제를 혼자 혹은 어설픈 정치적 타협을 통해 해결할 생각을 버리고, 평범한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최선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오늘날 세계적으로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살리는 실효적 방법”으로 “‘시민의회’를 적극 활용하자”라고 독려한다. 

그가 바라보는 민주주의의 최정점은 ‘촛불혁명’이다. 썩고 문드러진 구체제를 혁파하고 적폐를 청산했던 시도이자 성공한 혁명은 ‘촛불혁명’이라 말한다. 저자에게 있어 그것은 일종의 기준점과 같아서 큰 기대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때면 순수했던 촛불정신을 거론하곤 한다.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사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평화에 기반한 비무장을 주장하는 듯 하다. 그 대미가 ‘비무장 중립국이라는 큰 그림’이라는 챕터다. 남미의 비무장국가 코스타리카를 예로들며 우리도 언젠간 그처럼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담겨있다. 물론 현실이 녹록치 않고 한낱 이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이 분단국가인 이상, 군대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고착관념이 바로 우리를 가두고 있는 근원적인 질곡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군대 없는 나라가 될 거라는 신념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유고작 『발언 3』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미완의 혁명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코로나 사태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절망이 아닌 ‘공생의 윤리를 새로운 상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초’로 본다. 비관적일만도 한데 낙관적인 태도가 자못 흥미롭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면접촉을 힘들게 하고 인간이 더 이상 단조로운 기계적 노동과정에 붙들려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라는 저자의 말은 과학적 공산주의를 주창했던 네오 마르크시즘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역발상적 주장은 계속된다. 기본소득의 등장이 코로나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며,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음에도 실질 경제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내용은 새 시대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일종의 시발점이다. 

저자의 세계관은 이 기회를 빌어 화석연료에 기반한 물질문명으로부터 재생에너지와 자원의 순환적 활용으로 이동하자는 대목에서 극대화된다. 생태주의자가 바라보는 코로나 사태는 기존체제의 악 폐습과 구습을 전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자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기도 전에 7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필자는 그의 이상과 희망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완의 혁명이며 미래세대가 언젠가 완수해야 할 목표라고 본다. 책 제목이 ‘시선’이나 ‘주장’이 아니라 ‘발언’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의견이 반영된터라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제목으로서 적절하다고 본다. 민주주의가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권리라면 이런 다양한 의견도 있다는 존재의미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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