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지음 | 안온북스 | 148쪽
시를 쓰는 시간과 시를 논하는 시간 속에서 분열하는 모순된 자아를 견디며 시와 비평을 향한 양 끝 지점으로 치열하게 달려온 시인 정한아의 다양한 작업이 ‘시산문집’이라는 명명 아래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좋은 시’란 무엇인지 묻는 시의 취미기준론에 대한 시론으로 시작해 낯설고도 다양한 독서 체험을 하게 하는 한편, 다 읽고 나면 이 모든 글은 ‘정한아의 시’로서 전달되는 하나의 시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시에 대해 말하면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미학적 존재자의 존재 방식인 사랑에 대한 사유를 이어나간다. 자본주의 대중 독재 시대에 우리는 다수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도덕을, 어떤 정의를, 그리하여 어떤 아름다움을 좇을 수 있을까. 옳으면서 좋고, 좋으면서 훌륭한 그 완벽한 정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겪는 이 부정교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그 어려운 사고실험에서 꼭 필요한 질문이 여기 모두 모여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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