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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최승우
  • 승인 2022.06.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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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컨 지음 |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304쪽

〈도시는 왜, 어떻게 여자들을 《제자리에》 묶어 두는가〉

청결하지 못한 공중화장실은 여자들을 백화점 화장실로 향하게 한다. 스타벅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사야 할 때도 있다. 축구장, 농구장은 소년들을 상정한 공간이다.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도시 환경은 편리하지만 성평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 격차에 따른, 여성들 간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도시에 숨어 있는 성 편향성을 드러내며 차별 없는 공정한 도시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은 성차별주의가 지표(地表)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도시 계획, 교통, 주택 등의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 활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레슬리 컨은, 남성 중심의 도시가 여성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이 겪은 도시 생활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이 책은 공중화장실, 돌봄 시설, 여성 안전 등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도시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도시 계획, 도시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 등 도시에 만연한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중산층 백인 여성에 편향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구시가지의 낙후 지역이 재개발을 통해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인해 교외로 내몰리거나 도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성, 강한 차별적 시선을 받는 흑인 여성,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 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애초에 도시 계획의 〈표준 인간〉에 여성은 없었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 차별이라는 장벽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아, 남성에 의해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성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여성 친화적 도시 건설을 위한 친근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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