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7-07 18:58 (목)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 최승우
  • 승인 2022.06.19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명주 지음 | 풍백미디어 | 192쪽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여정이다.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는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질병과 사고를 운 좋게 피했다 해도 노화를 피할 도리는 없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환자가 된다.

‘아프지만, 살아야겠어’는 유방암 환자의 몸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윤명주 작가는 암 투병 중인 환자나 그들을 돌보는 이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와 유가족을 인터뷰해 지난 2014년부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 왔다. 단순한 취재 활동만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고,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고, 죽음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 환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정보와 인상들은 살면서 같은 일을 맞닥뜨렸을 때 커다란 자산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2019년,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유방 초음파 검사를 했고, 별안간 암 진단을 받아 스스로 환자가 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암 환자를 관찰하던 저자가 암 환자라는 당사자가 된 아이러니한 현실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이 죽음을 수용할 때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단계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생각만큼 체계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만의 죽음 수용 단계를 구분 지어 이를 목차로 구성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 번째는 알아채기, 두 번째는 해체하기, 세 번째는 받아들이기, 네 번째는 더불어 살기다. 이러한 목차 구분을 통해서 고유한 한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보다 개별적인 고통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자 했다.

이 책은 8년 동안 환자 관련 기사를 써온 저자 특유의 조금은 냉정한 이야기로, 까칠함이 엿보이는 감상적이지 않은 투병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는 질병이라는 고난을 맞닥뜨릴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병과 상처를 수용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암 발병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삐딱한 시선, 암 수술로 가슴 조직을 모두 제거한 사실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과 저자의 괴리감은 환자라면 겪을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을 조금이나마 해체해보려는 마음가짐으로 다뤄냈다.

수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받은 여러 도움, 전절제 수술 후 조금은 맹목적으로 수영에 도전한 일, 환자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을 담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투병 에세이지만 감상적인 시선을 덜어내고 조금은 까칠한 시선으로 자신만의 암 투병기를 써냈다.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정보와 더불어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더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고 조금이나마 수월한 투병이 되도록,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