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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철학서설
우주철학서설
  • 최승우
  • 승인 2022.06.2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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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356쪽

지금까지 철학은 우주를 망각했다

- 인류의 우주적 진실과 삶의 의미를 탐색한 우주철학

20세기 이래 우주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우주 인식은 18세기 철학자 칸트의 선험적 이념으로서의 ‘세계’나 19세기 철학자 콩트가 알고 있던 ‘우주’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풍부해졌다. 현대 우주과학의 발견 앞에서 자아나 주체를 중심에 둔 근대철학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동안 유럽과 동아시아를 가릴 것 없이 고대 철학 이후 중세를 거쳐 실천적 유물론에 이르기까지 20세기까지의 철학은 모두 현대 과학이 발견한 우주의 실상을 알지 못한 채 사유한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철학은 우주를 망각했다’는 명제 아래 새로운 문명의 서돌이 될 ‘우주철학’을 제안한다. 인류의 우주적 진실과 삶의 의미를 탐색한 우주철학은 20세기 이래 우주과학의 발전에 근거해 과학적 선험론과 사회인식론을 뼈대로 실천명령을 제안한다.

20세기 이래 우주과학의 발전에 근거한 과학적 선험론과 사회인식론

우주철학의 인식론·존재론과 사회철학은 근대 유럽 문명을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열어갈 우주인의 사유를 담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우주의 충격과 휴머니즘’을 주제로 유럽의 근대철학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근대 과학에 기반을 둔 인간 중심주의 철학을 톺아봄으로써 새로운 철학을 전개할 배경적 논의를 담았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의 충격과 칸트 철학을 논의하고 마르크스 철학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근대 휴머니즘의 정점’인가를 정리했다. 이어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의 고갱이를 분석하고 20세기 내내 이어졌던 실제 혁명의 경험을 톺아봄으로써 마르크스 철학의 실천에서 드러난 한계를 되짚었다.

2부 ‘현대 우주과학의 철학’에서는 지금까지 우주를 망각해온 철학을 살펴보며 새로운 인식론으로 ‘과학적 선험철학’을 제시했다. 유럽 철학사는 인식의 원천을 중심으로 경험론, 합리론, 선험론으로 구분하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과학적 선험론’은 우주과학적 존재론에 근거해 칸트의 선험철학을 ‘지양’하며 경험론과 합리론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인식론이다.

나아가 과학적 선험론에 이어 그에 근거한 ‘성찰’과 ‘노동’ 중심의 사회인식론을 뼈대로 우주철학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선험’은 칸트 철학의 ‘경험에 앞선’ 그리고 ‘경험의 가능 조건에 관한’ 의미의 선험 개념을 밑절미로 했다.

지금까지 철학이 우주를 망각했다는 명제가 철학사와의 단절을 뜻하지는 않는다. 단초를 동아시아와 유럽의 철학사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철학적 논의에 기대어 우주철학이라는 새로운 사유를 서술했다.

철학은 문제들을 사변이 아니라 우주과학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우주철학은 과학적 선험론과 사회인식론을 두 기둥으로 한다. ‘새로운 인간은 새로운 사회의 조건이고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인간의 조건’이라는 우주철학의 명제는 동학혁명 시기부터 면면히 이어온 민중운동의 경험에 터하고 있다.

한편 우주적 선험철학에 근거한 역사 인식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맞물려 전개되어 온 세계사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드리운 ‘어둠’을 남김없이 파악해내려는 성실한 성찰과 창조적 노동을 요구한다. 인간과 사회가 우주의 작은 일부라는 과학적 성찰, 인식 주체인 인간과 우주가 이어져 있다는 성찰적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철학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주적 선험철학이 민중과 사회와 더불어 선순환을 이루며 숙성할 때 새로운 문명의 길을 활짝 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성숙 단계에서 꽃필 새로운 문명의 구상은 인간의 우주적 위치와 삶의 의미를 천착하는 철학적 물음과도 이어져 있다. 철학은 그 문제들을 사변이 아니라 우주과학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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