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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학계와 조선연구 1
식민지 조선학계와 조선연구 1
  • 최승우
  • 승인 2022.06.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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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열 (엮음) 지음 | 소명출판 | 636쪽

1930년대 한글신문을 통해 돌아보는 조선연구의 성장과정

근대 이후 등장한 조선연구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떠한 계기로 형성되고 전개되는가?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자기인식으로부터 한 발 더 나아가 자기에 대해서 연구하는 ‘자국학’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수립되었는지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탐색 필요성을 질문 가운데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의(語義) 차원에서만 해석하면 조선연구는 연구 능력을 갖춘 주체의 조선에 대한 지적 활동이다. 그러나 이를 근대라는 시간적 맥락과 접목시키면 근대적 학문 방법론을 접한 지식인이 조선을 역사적·현재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대중적으로 읽히고자 하는 의도 아래 수행된 활동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서구 근대의 방법에 영향을 받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조선을 분석하고 그것을 대중과 공유하면서 일정한 공감대를 일으키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졌을 때, 조선연구가 궤도에 올랐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하자면, 우리가 그동안 조선연구의 성과라고 지칭해왔던 개별 연구자의 특정 논저만으로 조선연구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한계가 있다. 조선연구의 담론과 실제, 조선연구 방법을 둘러싼 논쟁 등 조선연구의 성장과정을 조망함으로써 조선연구의 전체상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본제국주의 통치 담론, 국제정세 변동과 지식인의 현실 참여 문제, 식민지 조선의 학문적 역량의 변화과정 등까지 아울러 분석할 때, 개인의 역량에 그가 속한 집단의 활동 방향 및 학술장의 지형과 정치정세 등이 중층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포착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근대 조선연구의 충실한 재현이 가능할 것이다.

조선연구의 지형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서, 무엇보다 1930년대 한글신문의 학예면 안팎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자료집을 묶어내는 이유이다. 조선연구는 1900년대 국어학ㆍ국사학 등을 중심으로 발흥하여 1930년대에 조선학의 정착 시도와 함께 분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930년대가 조선연구의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는 공통된 견해라고 하겠다. 또한 이와 같은 조선연구 논의를 담아내고 대중적으로 유포시킨 매체가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중앙일보」 등의 한글신문이었다는 점은, 학술 기획이 민간의 신문지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식민지 학술장의 특징을 보여준다.

1930년대 한글신문의 학예면과 조선연구의 상관성은 특별히 주의 깊게 탐구되어야 할 연구과제이며, 신문사와 편집진의 조선연구 기획, 그에 참여한 지식인들의 의도 및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이를 본격적으로 대면하기 위해서는 학술문화를 표면에 내세우는 신문사 운영의 매커니즘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고, 각 신문사마다 어떤 인물들이 조선연구 기획에 관여하게 되는지 개별적 분석도 요청된다. 한마디로 1930년대 한글신문의 학예면이 조선연구의 성장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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