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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국가’ 경쟁이 혁신 이끈다... ‘창조적 파괴의 힘’ 출간 화제
‘기업·국가’ 경쟁이 혁신 이끈다... ‘창조적 파괴의 힘’ 출간 화제
  • 김재호
  • 승인 2022.06.2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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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창조적 파괴의 힘』 필리프 아기옹·셀린 앙토냉·시몽 뷔넬 지음 | 이민주 옮김 | 에코리브르

우연이지만, 저자들은 이 책을 전례 없는 펜데믹인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1월 말에 집필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토론이 필요한데, 그 논의의 중심에 바로 “창조적 파괴”가 자리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펜데믹은 일자리를 없애고 많은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 활동의 장을 활짝 열어주었다.

>>> 이 책 보러가기 『창조적 파괴의 힘』

 

다시 말해, 펜데믹 이후 창조적 파괴가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한편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보전하고, 그 기업이 축적해온 인적 자본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재할당’이 필요하다. 이는 경쟁력이 더 높거나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더 잘 대응하는 신생 기업 및 새로운 경제 활동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여러 나라에서 기존에 시행되던 형태의 자본주의 체제에 영향을 주는 좀더 심각한 문제들을 ‘노출시키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포괄적으로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불평등의 확산, 기득권의 집중화,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고용 조건, 보건 체계와 환경의 악화 등을 마주한 현 상황에서 이제 경제 체계를 철저하게 변화시키고 자본주의 자체를 폐기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끝내기’보다는 더 잘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적 파괴의 힘은 무엇보다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그 엄청난 능력에서 비롯된다. 불과 20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한 수준으로 현재 우리 사회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바로 창조적 파괴다. 이제 우리의 도전 과제는 창조적 파괴라는 이 힘의 원동력을 제대로 파악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다. 좀더 환경친화적이고 좀더 공정한 방향의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창조적 파괴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 어제의 혁신가들이 혁신을 통해 취득한 자신의 기득권을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는 데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재적으로 일자리, 건강, 행복 등의 요소에 부정적일 수 있는 창조적 파괴의 영향을 어떻게 해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창조적 파괴를 이끌기 위한 힘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창조적 파괴라는 관점을 통해 다루는 내용들

첫째, 경제 성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사건들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산업의 이륙 현상은 왜 중국이 아니고 유럽에서 1820년이 되어서야 발생했는가? 정보 통신과 인공 지능 혁명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어떤 국가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가, 즉 어떤 나라는 왜 매우 빠르게 발전하다가 정체하거나 심지어 성장을 멈춰버리는가? 이뿐 아니라 불평등의 진화, 탈공업화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둘째, 선진국 사회에서 혁신과 경제 성장을 둘러싸고 이뤄지는 주요 논의에 대한 재접근을 시도한다. 과연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양립시킴과 동시에 환경을 보존하고 불평등을 조율하는 일이 가능한가? 또 우리 사회 시민들의 일자리, 건강, 행복 등의 영역에 잠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창조적 파괴의 부작용을 피해갈 방법이 있는가? 정보 통신 기술의 혁명이나 인공 지능 발전은 두려워해야 할 일인가?

셋째, 잘못된 ‘보편적 지혜’나 결점 있는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로봇 사용에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해외로부터의 경쟁에 대응하거나 가치 사슬을 보전하기 위해 보호주의에 의존한다든지, 또는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 제로 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추구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넷째, 국가와 시민 사회의 역할을 재점검한다. 국가와 시민 사회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촉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그럼으로써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극단적 자본주의로부터 우리 사회의 경제와 시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다섯째, 자본주의의 미래를 재고한다. 무엇보다 혁신 생태계라는 미국적 자본주의 특유의 장점과 덴마크식 자본주의, 그러니까 더욱 포괄적이고 사회 보장 성격이 강한 모델의 장점을 통합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화두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친다.

성장의 동력으로서 창조적 파괴가 지닌 장점을 역설한 조지프 슘페터는 그러면서도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론을 견지했다. 특히 그는 그룹형 대기업들로 인해 중소기업이 사라지고 그 때문에 사업가가 소멸할 것이며, 관료주의 및 기득권이 득세하는 사회가 오리라 예견했다. 따라서 이 책은 정부의 역할 및 자본주의에 대한 규제를 다루며, 그럼에도 ‘투쟁’을 통한 낙관주의로 매듭짓는다. “철학자는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뿐이다. 이제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기업, 국가, 시민 사회라는 특효의 삼각 구도를 통해 슘페터의 비관적 예상을 비켜갈 수 있는 방법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인 필리프 아기옹은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제도, 혁신과 성장’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또한 런던 정경대학교(LSE)와 INSEAD의 교수이기도 하다. 사진=콜레주 드 프랑스

 

종전의 성장 이론과 문제점

1980년대에 경제 성장을 설명하는 주류 이론은 신고전주의 모델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56년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내놓은 이론이다. 그는 이 이론으로 1987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모델은 특유의 명료성과 우아함 덕에 경제 성장 연구 전반의 흐름에 필수적인 출발점이 되었다. 아주 축약해서 그의 이론을 이야기하자면, “한마디로, 생산을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또한 이런 자본 축적이 늘어나면서 국내 총생산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경제 단위가 솔로의 경제 성장이론에서 기본을 이룬다. 그렇다면 자본 축적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저축이 국내 총생산에서 항시 유지되는 부분값과 같다는 가정하에 자본의 축적은 가계 저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제에서는 모든 게 항상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모델이 보여주는 경제에서는 기술 발전 없이도 단순히 자본 축적의 효과만으로 경제 성장이 영속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이론의 약점은 자본만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수익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데 있다. 기계의 수가 증가할수록 기계 설비를 한 단위 추가할 때마다 늘어나던 국내 총생산의 수치가 줄어든다. 그러므로 저축 증가는 둔화하고, 연이어 자본 축적 또한 둔화한다. 로버트 솔로가 잘 설명한 바와 같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을 통해 기계 설비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이게 바로 생산성 향상이라는 문제다. 하지만 솔로는 기술 발전을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관한 분석은 후대의 과제로 남겨두었다. 특히 경제 단위 내에서 혁신을 촉진 혹은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

이러한 신고전주의 성장 이론은 장기적 경제 성장을 결정짓는 요소를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성장 과정과 관련한 일련의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욱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왜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데 반해, 다른 어떤 나라는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정체하거나 심지어 성장 도중에 갑자기 멈춰 서는지 등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경제학자로서 '창조적 파괴'에 의한 혁신을 주장했다. 사진=위키백과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의 패러다임

그렇다면 아기옹이 고안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경제 성장 이론”, 이른바 슘페터식 성장 모델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부르는 것은 이전에 정식으로 이론화하거나 검증된 바는 없더라도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세 가지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혁신과 지식의 축적 및 전파가 성장 과정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새로운 혁신자가 각자의 혁신을 이뤄낸 것은 그 이전에 성과를 거둔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설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혁신이 계속 축적될 수 있도록 지식을 전파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식 재산권을 보장하고 우대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혁신이란 혁신가들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치, 그중에서도 혁신의 내용에 대한 지식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조치는 혁신가들로 하여금 더욱더 혁신에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바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 자체다. 새로운 혁신은 기존의 혁신을 폐지시킨다. 다시 말하면,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경제 성장은 신구(新舊)를 항시적인 갈등 관계에 배치한다. 그러므로 창조적 파괴란 성장 과정 자체 내에서도 일종의 딜레마 혹은 모순을 발생시킨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혁신을 보상해줄, 즉 현실을 촉진하기 위한 동기 부여로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의 혁신자들이 그렇게 얻은 수익을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는 데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이 신생 기업의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을 방도는 없다는 의미인데, 슘페터는 여기에서 자본주의 미래를 어둡게 보았다. 이를 극복하는 일이 바로 기존의 기업, 즉 자본주의를 적절하게 규제하는 일이다.

 

현실에서의 창조적 파괴란

그렇다면 우리는 창조적 파괴를 측정할 수 있을까? 새로운 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지각할 수 있는데, 이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매년 등록하는 특허의 수로 측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혁신의 강도와 생산성 증가 사이엔 분명한 정비례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혁신이 많이 일어날수록 성장이 빠르다는 뜻이다.

창조적 파괴를 측정하는 또 다른 방식은 신생 기업의 순환 주기를 면밀히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서 성장하다가 마침내 시장에서 밀려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마지막 하나는 신생 기업의 창업 비율과 폐쇄 비율의 평균값을 내는 방법으로, 실제로 이 방식이 기업과 일자리의 역학 관계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이 방식은 창조적 파괴와 1인당 국내 총생산이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성장을 둘러싼 몇 가지 수수께끼

경제학에서 이론적 모델이나 패러다임은 특정 현상의 진상을 밝혀서 이를 더 잘 이해하게끔 해주는 능력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슘페터식 패러다임은 성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서는 슘페터 모델을 통해 설명이 가능한 수수께끼 중 다섯 가지를 꼽아놓았다.

첫째, 경제 성장은 인류 역사에 비추어 최근에 와서야 발생한 것으로 1820년에 비로소 이륙 단계가 발생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2장). 둘째, 경쟁과 성장. 한 경제 활동 내의 경쟁과 혁신 사이, 그리고 그 경제 활동에서 경쟁과 생산성 증가 사이에는 정비례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역설적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4장), 셋째, 중진국 함정. 아르헨티나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 생활 수준이 미국에 수렴해가다가 그 추세가 멈춰 서더니 이내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지기 시작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구가하던 일본 경제가 1985년 이후에 장기 정체를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은?(7장). 넷째, 정보 통신 기술과 인공 지능이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에서도 2005년 이후 미국의 생산성 증가 추세가 둔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6장) 다섯째, 혁신으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은 일시적이다. 혁신은 사회 이동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5장).

 

성장 정책과 슘폐터식 패러다임

혁신의 축적이 성장의 일차적 원천이라는 점이 슘페터식 패러다임의 1순위 중심 개념이다. 개인은 혁신에 대한 투자에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10장에서 혁신 과정에서 교육과 과학의 역할을, 12장에서는 혁신에 대한 자금 조달에 대해, 14장에서는 투자자로서 국가의 등장에 대해 논의한다.

슘페터식 패러다임의 두 번째 중심 개념은 혁신이란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독점이 가져다줄 이윤에 대한 전망을 그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의 두 번째 역할, 바로 혁신 관련 지식 재산권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시사한다. 4장에서 지식 재산권 보호와 경쟁 정책의 상호 보완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 문제를 더 상세히 다루고, 5장에서는 조세 정책과 혁신의 관계를 다룬다.

세 번째 중심 개념은 창조적 파괴와 관련이 있다. 모든 새로운 혁신은 기존 혁신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이득을 없애버린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가 시사하는 바는, 모든 혁신은 자신의 이득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하려는 기존 기업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기존 기업은 기존 경제 활동이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실직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처럼 국가는 무엇보다도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 즉 새로운 혁신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 한다(4, 6, 15장). 국가의 다른 역할은 실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고용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창조적 파괴와 건강 및 행복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11장, 사회 보장 국가의 등장을 다루는 14장 등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슘페터식 패러다임이 추가로 시사하는 두 가지

슘페터식 패러다임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국가 번영 과정에서 살펴볼 근본적인 측면 두 가지를 추가로 탐색할 수 있다.
1. 생산성 향상과 기술 발전을 더욱 개선하기 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기술 모방이다. 기술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대로 따라 하는 형태다. 둘째, 경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혁신이다. 이미 그 영역에 있는 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와 경쟁하며 혁신을 거듭하게 한다는 의미다. 그 기업의 경우에는 모방할 다른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7장에서 이러한 사례를 자세하게 다룬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모방에서 시작해 혁신 경제로까지 성공한, 예외적인 국가에 해당한다.
2. ‘경로 의존성’의 경향을 깨고 ‘환경, 그리고 방향성 있는 혁신’으로 나아가야 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의 문제는 혁신적인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려 한다는 점만이 아니다. 기존 기업의 문제는 혁신이나 기술 발전을 대하는 해당 기업의 보수 적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9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를 테면 과거 내연 기관 개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었던 자동차 기업은 나중에도 동일한 분야에서의 혁신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분야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친화적 기술 분야로 기업의 혁신 추구 방향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국가의 역할을 다루는 14장과 15장은 한쪽엔 국가 간 경쟁, 다른 한쪽엔 시민사회의 개입이야말로 세상의 정부와 국가가 공공선을 추구하게끔 강제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들이 바로 공공복지를 추구하도록 강제하는 힘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 슘페터보다는 낙관적일 수 있는데, 바로 그런 견제 세력이야말로 시장 경제를 보완하고 규제가 잘 이루어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야말로 친환경적이면서도 더욱 포괄적인 방식의 번영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다.

 

자본주의의 미래

창조적 파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시장 경제는 그 원리 자체가 파열의 성격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시장 경제는 엄청난 번영의 동력이었다. 20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만큼 우리 사회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면 번영을 창출하고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지닌 심각한 위험 요소와 약점을 피치 못할 대가라 여기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일까?

이 책에서 우리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이 어떻게 경쟁, 불평등, 환경, 금융, 실업, 건강, 행복, 산업화, 빈곤국의 따라잡기 정책 등과 상호 작용하는지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자 했다. 또한 국가의 개입, 즉 행정부의 적절한 제어와 관리가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공략하면서도 어느 정도 부의 창출을 촉진할 수 있는지 또한 논의했다.

특히 우리는 자유방임 혹은 ‘시장지상주의’에 경도된 자본주의에서 시민 사회가 고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자본주의 단계로 옮겨가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선 사회 이동을 활성화하고 혁신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 쇠퇴 추세를 막기 위해 경쟁 정책을 개선할 수 있으며, 기후 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친환경 기술 쪽으로 혁신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또한 보호주의 무역의 경보음을 울리지 않고도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실직을 겪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진정한 사회 보호망을 정립할 수 있다.

아울러 세계화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어떻게 투자와 혁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거의 혁신가들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미래의 혁신가들을 막기 위해 행정 권력과 결탁해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 없도록, 시민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지지를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분명 현재의 위기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를 놓고 존재론적 토론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사전에 이러한 토론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논한 여러 가지 주제와 분석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앙리 베르그송을 인용해 답하고자 한다. “미래는 우리에게 일어날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으로 옮길 무언가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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