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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가 극복한 것들
누리호가 극복한 것들
  • 유만선
  • 승인 2022.07.0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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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⑭

가볍고 튼튼한 연료 및 산화제 탱크를 만들기
연소불안정 해결·3단 로켓의 안정적 분리 기술

“누리호 실패 ‘통한의 46초’”, “돌풍으로 누리호 발사 연기”, “누리호 2차 발사 또 연기...산화재 탱크 센서 문제 발생” 지난달 21일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위와 같은 기사 제목들이 신문에 오르며 한국이 자체제작한 최초 우주로켓의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하던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이런 상황은 2009년부터 발사를 시작한 우주로켓 ‘나로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1차 발사는 탑재체를 보호하던 페어링의 분리실패, 2차 발사는 내부폭발에 의한 통신두절 등이 원인이 되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에 실패하였고, 2013년 3차 발사에 이르러서야 100kg급 소형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지난달 21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하며 우주 개발에 대한 꿈을 쏘아올렸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로켓 개발 초기의 실패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 개발했던 우주로켓 ‘뱅가드’호가 첫 발사 때 고작 1.2미터 정도를 떠오르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폭발했다. 당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구소련에서 조문을 보내 약을 올릴 정도였다니 실패의 아픔이 얼마나 쓰게 느껴졌을까 상상이 간다. 미국뿐이 아니다. 기술 강국 일본의 경우도 일본 최초의 위성 ‘오스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 ‘람다’라 불리는 로켓을 다섯 번이나 발사해야만 했다. 로켓의 자세제어 실패, 다단 로켓의 점화실패 등이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공산 국가들은 내부 통제로 실패 사례들이 공식 보고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개발 초기에 수많은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1996년 쓰촨성에 있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창정3호가 발사 실패로 민가를 덮쳐 폭발하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뼈아픈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심지어 수십 년의 경험이 축적된 최근까지도 로켓개발은 인간에게 계속된 ‘실패의 쓴맛’을 준다. 테슬라 자동차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라는 우주개발회사를 통해 로켓개발을 자신했으나 재사용 로켓 ‘팰콘9’의 발사를 성공시키기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경험하며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아이작 뉴턴과 우주개발

그렇다면 수많은 실패를 딛고서라도 우주로켓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우리가 잘 아는 역사적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주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지평선 또는 수평선 너머로 물체를 ‘충분히 센 힘’으로 던질 수만 있다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물체가 구형의 지구에서 영원히 땅에 닿지 않고 지구 주위를 회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그것이다. 당시에 물체를 던지는 ‘충분히 센 힘’은 신화 속 헤라클레스에게서나 가능한 이야기였겠으나 지금 우리 인간에게는 로켓이 있는 것이 차이일 것이다. 이렇듯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지구 궤도나 지구 궤도 밖으로 물체를 보내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로켓’이 유일한 수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개발을 하기 위해 우주로켓 개발을 계속해 왔고, 비로소 1톤 이상의 물체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누리호를 개발하며 연구자들이 극복했어야 하는 기술적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로켓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연료 및 산화제 탱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위해서 탱크 내부 벽면에 삼각형 모양의 격자구조를 넣어 튼튼하게 하였고, 동시에 벽면 두께는 2∼3mm를 유지하였다. 또한, 연료 및 산화제 탱크의 아래쪽에 위치한 액체로켓엔진의 개발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엔진 속에는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끌어들여 3천도 가까이의 불덩이가 이글거리는 연소기 속에 넣어 주어야 하는 터보펌프 장치가 있다. 동시에 탱크와 엔진 등에 연결된 배관들의 숫자만 수천 개로 이 모든 것들의 이음매에 액체나 기체가 누출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소불안정’이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로켓 내 연소에는 주위 압력과 온도의 상태가 계속해서 바뀌게 되며 어떤 경우에는 이런 요인들이 엔진 속에서 불꽃이 꺼져버리거나 과다한 연소로 엔진이 훼손되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누리호의 개발자들은 75톤급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지상실험을 통해 ‘연소불안정’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이 밖에 엔진을 묶어서 동시에 착화시키고, 운영하는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3단의 로켓이 안정적으로 분리되고, 공기저항이 없는 우주에서 탑재체를 보호하던 페어링을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기술 등도 이번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연구자들이 극복하고 넘어온 기술적 요소들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누리호에 이어 ‘차세대 발사체’를 새롭게 개발 중이다. 이 또한 지구 궤도를 넘어 달이나 화성까지 물체를 실어 나르기 위해 극복하고 넘어야 할 새로운 ‘산’이다. 우리 또한 누리호를 발사한 우주강국의 국민답게 개발 초기에 있을 여러 실패 소식들에 쉽게 낙담하지 말고, 현장에 있는 과학기술자들을 꾸준히 응원하고, 지켜봐야 하겠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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