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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유튜브 같은 영상강의…'최대한 즐겁게'
브이로그·유튜브 같은 영상강의…'최대한 즐겁게'
  • 이다운
  • 승인 2022.07.0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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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⑧ 이다운 군산대 교수
이다운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당신을 알아요. 전 당신의 '관객'입니다.” 동독의 슈타지(Stasi)는 소위 반역자라 할 만한 존재를 감시하고 색출하여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 거대한 비밀 조직이다. 영화 <타인의 삶>에는 슈타지 중에서도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냉혈한 비밀경찰 비즐러가 등장한다. 그런데 평생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감시하고 처단하는 데 일생을 바쳐온 비즐러는 신비한 타자 드라이만을 도청하면서 파시즘적 주체의 빈곤함을 자각하고 윤리적 주체로 부상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순정, 동지들과 나누는 무한 신뢰,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드라이만의 삶을 목격하면서 비즐러는 자신의 삶이 텅 빈 공허의 장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은 예술에는 강제된 규율이나 체제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음과 타인의 삶을 목격한 ‘관객’이 되는 행위로도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타인의 삶>은 학생과 수업을 향한 일종의 방향성이 되어주었다. 수업이 지식 전달과 학점 부여라는 틀을 넘어서 독특한 경험이 생성되는 일종의 장이 되고, 학생이 ‘관객’이 되어 나의 강의를 목격함으로써 무엇인가 새로운 감각을 체험하기 원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상황으로 실연(實演)이 불가능해졌고 ‘관객’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무미건조한 플랫폼에 기대어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을 직감한 후에는 나의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신속하지만 심도 있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I-Generation을 위한 비대면 강의 콘텐츠 제작 

이다운 교수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자기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자,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아바타처럼 활용해 학생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영상문학론 수업에서 쓰는 PPT자료의 일부다. 사진=이다운
이다운 교수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자기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자,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아바타처럼 활용해 학생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영상문학론 수업에서 쓰는 PPT자료의 일부다. 사진=이다운

현재의 대학 학습자는 태생 초기부터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자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교류해 온 I-Generation이다. 현실 친구보다 유튜브 속 누군가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며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영상을 감상해 온 소위 영상세대가 바로 현재의 대학생이다. 영상 콘텐츠는 기술·형식·내용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데 지금까지 대학 교육에서 제공해온 영상 콘텐츠는 특히 기술과 형식 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말하자면 현란하고 세련된 영상에 익숙한 대학생을 위해 최소한 촌스럽지 않은 영상강의를 제작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영상강의를 제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았지만 그중 직관적인 G사의 영상녹화 및 편집 프로그램이 사용하기 가장 편리했다. 이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열어놓고 영상을 촬영하면서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영상강의를 제작했다. 간단한 스토리보드와 대본을 만들어 영상강의 전체 내용을 설계했으며, 무엇보다 강의 형식을 브이로그나 유튜브 영상처럼 구현하고자 했다. 최신 음악을 넣은 인트로 화면을 삽입하고 PPT 디자인에 신경 써 화면에서 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영상 중간에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부가 자료를 삽입하여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외출도 못 하고 집에서 지루하게 수업을 들었을 나의 ‘관객’ 학생들이 최대한 즐겁게 ‘감상’하도록 영상강의를 제작했다. 

이다운 교수는 비대면 영상강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학생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매 학기 시의성을 살려 새로운 영상강의를 제작했다. 사진=이다운

영상강의를 제작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동시성을 살려 학습 실재감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영상강의는 교수자의 강의 시공간과 학습자의 수강 시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거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상강의를 매 학기 새로 제작했으며 영상강의마다 최근의 이슈와 근황을 삽입하여 학습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노력했다. 또한 하나의 화면에 많은 정보를 삽입하고 교수자가 오랜 시간 설명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화면에 최소한의 정보만을 삽입하여 길지 않은 시간에 화면이 전환되도록 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소음이나 장면이 영상강의에 삽입되지 않고 전체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편집에도 신경 썼다. 매주 몇 개의 영상강의를 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관객’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재택근무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 제작에 투자했다.

 

개별 피드백을 통한 ‘1:1 S-T(학습자-교수자) 상호작용’ 실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학교로부터 ‘등교 보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과 두려움 속에서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한 데다가 코로나19 초반에는 외출도 거의 하지 못하여 비일상의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집에 갇혀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학교 문턱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신입생과 취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개별 피드백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비대면 수업으로 새로운 형식의 강의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지만 동시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서 여유 시간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이 여유 시간을 개별 학생을 위한 피드백을 하는 데 활용했다.

이다운 교수는 학생들이 쓴 작품을 읽은 후 인상적인 설정과 문장 등을 선별해 이클래스 과제란에 피드백을 달아주었다. 사진=이다운

코로나19 첫 학기에는 16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 중이었는데 학생 모두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단편 소설 쓰기’ 과제에서는 학생들이 쓴 작품을 꼼꼼하게 읽은 후 인상적인 설정과 문장 등을 선별한 뒤 이클래스 과제란에 피드백을 달아주었다. 피드백의 목표는 과제 평가가 아니라 과제를 수행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칭찬과 격려’에 있었다. 이를 위해 과제에 투영된 학생들의 마음을 읽은 후 그에 관한 용기의 말을 함께 덧붙여 주었다. ‘지금 상황이 이렇고 우리 모두 불안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힘을 내보자’는 식의 상투적인 문장이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긍정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 ‘자기소개서 작성’ 과제의 경우 취업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한 명당 7~8쪽이 넘는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두려움 속에서도 취업을 위한 용기를 북돋고자 했다.

비대면 수업 중에는 교수자의 ‘신속한 피드백’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스템 오류 문제가 발생했거나 이클래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했을 학생들을 위해 휴대폰·이메일·이클래스를 연동하여 학생들의 문의를 최대한 빨리 확인했다. 재택근무 중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문의에 답변해 주었고, 수업 내용을 질문한 학생에게는 참고자료를 첨부하는 등 애정을 담아 상세하게 답변해 주었다. 신속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수업을 위해 누군가가 노력하고 있으며,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교수자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수업 중 대면으로 질문했을 때보다 더 깊이 있는 답변을 해주어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최대한 보완하고자 했다.

이 교수는 휴대폰, 이메일, 이클래스 등을 통해 학생들의 문의에 최대한 빨리 대응했다. 신속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수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사진=이다운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의 작가의 말에는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작가에게 ‘당신들’은 독자겠지만 나에게 ‘당신들’은 학생이 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 역시 내 마음속에 들어온 학생들의 헤이, 하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무구한 눈동자를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관객’을 잃은 공연가처럼 학생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수업은 학생들이 아니라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감각의 장이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비대면 수업이 거의 종식된 지금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 준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깊게 남았다.

 

이다운 군산대 교수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영상문학을 전공했으며 카이스트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드라마와 영화 등 이야기의 영상화 양상과 의미를 연구하고 있으며, 2022년 군산대학교 교육 분야 최우수상(황룡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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