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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청, 잃어버린 100년을 찾아서
한국단청, 잃어버린 100년을 찾아서
  • 곽동해
  • 승인 2022.07.0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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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한국단청연구』 곽동해 지음 | 학연문화사 | 784쪽

일제 강점기 파괴된 조선 궁궐건축 복원과 단청연구
30년 간 100건 넘는 단청문화유산 직접 탐방·조사

한국의 전통예술 가운데 단청은 극채색의 수려한 채색예술이다. 각양의 길상무늬가 형용색색 극채색으로 장식되어 채색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예부터 한민족은 백의민족으로 불릴 만큼 소박한 색상으로 표상됐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단청은 색채가 극히 다채롭다는 점에서 민족적 색채감성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예부터 전통단청에 사용된 안료는 고채도에 가까우면서도 번잡스럽지 않은 색감이 특징이다. 광물소재로 만든 대부분의 전통채색은 자연의 최애 색상을 그대로 구현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국내에서 산출된 광물소재 안료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부분 중국과 일본에서 들여온 비싼 수입 안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후반부터 화학합성안료가 조선에 유입됐다. 저가의 수입산 화학안료는 도칠이 용이하여 전통안료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호화찬란하게 번잡한 색깔이 전통단청의 유구한 정체성을 덧칠로 덮어버렸다. 이를 두고 고종임금은 경복궁 재건시 수입산 화학안료의 단청 색깔이 몹시 부정하다는 염려를 피력하기까지 했다. 이후 전통단청의 맥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19세기 후반부터 약 백여 년 동안 한국단청의 예술혼이 정체성을 상실했던 것이다. 

1961년 문화재관리국이 설치된 후 1970년대에 들어 한국 전통단청에 대한 재건이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에 처참히 파괴된 조선 궁궐건축의 복원에 필요한 단청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필자가 단청 연구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전통단청에 대한 연구자료의 부족이었다. 특히 연구에 필수 불가결한 단청문양의 사진자료가 극히 미약했다. 

전통건축의 단청문양을 파악할 수 있는 사진자료는 일제 강점기에 촬영된 유리건판과 조선고적도보 등이 있다. 또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건축문화유산의 사진도 연구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단청문양이나 양식의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청연구에 전용될 수는 없다. 단청문양을 피사체의 중심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청문양의 조사와 촬영은 고난의 일이다. 대부분의 단청 문화유산은 산사에 있으므로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특히 건축 내부에 남아있는 고단청의 문양은 촬영이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도 피사체에 대한 정면성의 촬영 각도를 맞추어야 한다. 또한 건축 내부에 연등이 설치된 경우는 촬영작업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촬영 기자재의 마련과 조명기구를 사용을 위한 연구원 동원에 따른 비용부담도 크다. 따라서 오롯이 연구자 개인의 힘으로 단청문양의 조사와 촬영은 큰 부담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필자는 오랜 세월 동안 국토에 산재한 100여 건이 넘는 단청문화유산을 탐방하고 조사했다. 그때마다 문양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자료를 모아 신간 『한국단청연구』의 부록으로 삼았다. 이 사진들은 단청문양을 피사체의 주인공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고단청의 문채를 가능한 한 정면으로 촬영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하나하나 문양에 맞춰 자르고 왜곡된 부분을 수정하고 보정했다. 이것이 한국단청의 계승을 위해 힘든 길을 걷는 단청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20년 전 필자는 『한국의 단청』이란 책을 저술한 바 있다. 신간 『한국단청연구』는 당시 부족했던 연구의 종착점을 찾은 것이다. 필자는 본 연구를 위해 30여 년간 한국 단청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조사했다. 또한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의 건축단청 문화유산을 탐방하고 조사와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안료의 종류와 수급, 문양의 변천과 발달, 각국 단청의 독특한 색조 등에 대해 비교・분석했다. 이를 통해 각국의 건축단청이 상호 유기적 관계에서 독자적 특성으로 발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예술의 계승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민족예술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통예술의 왜곡된 계승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왜곡된 내용으로 인해 민족의 예술혼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구한 세월 속에 숭고한 장인정신으로 이룩된 한국전통단청의 진면목을 올바르게 계승해야 한다. 

 

 

곽동해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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