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00 (금)
배우의 연기, ‘순간·체험’의 예술
배우의 연기, ‘순간·체험’의 예술
  • 조한준
  • 승인 2022.07.06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연기예술을 논하다』 조한준 지음 | 동인 | 305쪽

진짜 연기의 토대는 인간 본연의 메커니즘 원리
배우의 몸과 마음은 연기의 유이한 재료·매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 송강호 배우의 칸영화제 수상,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신드롬 등은 한국 연기예술계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었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양적, 질적 팽창과 더불어 한국의 연기교육은 그 광폭 행보를 과연 적절하게 따라가고 있는가?

 

『연기예술을 논하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적 특성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음악, 미술처럼 재료와 매체가 정해져 있어서 그것들을 운용하는 고난도의 스킬이 필요한 다른 예술들과 달리 맨몸으로 그냥 시도하면 될 것 같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진짜 연기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기를 대학을 가기 위한 방편으로, 돈을 벌고 성공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혹은 자기 자신의 심리적 해방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배우의 본연의 임무와 연기예술의 이상(理想)을 제언하고 있다. 

“연기는 살아있는 사람이 하는 모든 것들을 살아있는 배우가 하는 것이다.” 관객은 배우라는 인간에게 투영된 가상의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살아온 삶을 반추하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인생을 그려본다. 문학, 회화, 음악이 보는 이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다면, 배우라는 예술가는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활자가 인쇄된 종잇장의 예술 작품에 숨을 쉬고, 사고하며, 정서를 느끼는 살아있는 인간이 또 다른 차원의 생명력을 주입하여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마술인 것이다. 따라서 ‘진짜 연기’란 살아있는 인간 본연의 메커니즘에 대한 원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검정 활자의 대사를 암기하여 앵무새처럼 그럴듯하게 흉내를 내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자극받고, 느끼고, 반응하며, 사고하고, 무엇보다 실제로 살아 숨 쉬며 소통하는 행위여야 한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연기예술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선 최초다. 사진=영화 「브로커」 공식 스틸컷(CJ ENM) 

연기는 배우와 관객 간의 체험이자, 경험이다.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순간의’ 예술이다. 불꽃처럼 생겨났다가 연기(smoke)처럼 사라는 것이 연기예술이다. 그러한 연기예술이 타 예술과 구분되는 또 다른 측면은 바로 그 예술을 행하는 배우의 몸과 마음만이 유이한 표현의 재료이자 동시에 매체가 된다는 것이다. 배우 자신이 피아노이자 동시에 피아니스트여야 한다. 『연기예술을 논하다』는 무형적 성질로 인해 그것을 기록으로 전달하고 교육하기 어려운 연기예술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기예술에 대한 기술적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학문적 원리와 경험적 실제를 아우르며 연기예술 전반에 대한 생각의 거리를 다양한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재료이자 매체로서 배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보편화하기 위한 과정, 그리고 보편화된 재료를 가지고 역할에 접근하는 과정 등을 알기 쉽게 접근하려 노력하였다. 

이 책을 통해 비록 연기예술에 대한 유레카를 발견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스스로 왜 연기를 하고자 하는지, 연기예술에 접근하는 관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