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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결정이 자유를 해친다”…다수는 어떻게 독재가 되나
“민주적 결정이 자유를 해친다”…다수는 어떻게 독재가 되나
  • 김재호
  • 승인 2022.07.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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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⑪ 장동진 연세대 명예교수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 8일 장동진 연세대 명예교수(정치사상)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2강은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의 「자유, 공화주의, 다원주의」, 제13강은 박수형 서울특별시의회 입법조서관의 「자유주의의 변용: 역사와 사회적 맥락」, 제14강은 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경제사상)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제15강은 손화철 한동대 교수(기술철학)의 「기술 발달과 인간의 자유」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플라톤의 민주주의 비판의 핵심은 
민주주의는 평등과 자유에 대해 너무 많은 평가를 하는 반면 
통치에 필요한 지식에 대해서는 너무 적은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를 간단히 말한다면, 개인의 존엄성과 개인 삶의 중요성의 강조로부터 시작되며,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사람들의 공동의 삶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개인의 삶의 중요성과 인간의 공동의 삶을 관리하는 문제는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불가피하게 긴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자유주의는 인간의 정치가 지향해야 할 현실과 실현 가능한 정치적 이상을 제시하려는 정치 이론적 기획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민주주의 정치 원리는 인간이 공동으로 직면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을 실천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정치적 결정 방식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장동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자유와 평등의 개념으로 비유하며, 이 둘의 동근원성을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개인의 존재와 존엄성에 대한 인식은 자유와 권리의 관념을 발전시키면서 개인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들이나 가치관 및 인생관에 대한 존중으로 발전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가치관과 삶을 설계(사적 자율성)하고 나아가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정치적으로 설계(공적 자율성)할 수 있다는 자율성의 개념이 대두된다. 이러한 자유 및 권리, 다양성과 인간의 자율성의 개념은 자유주의 정치 이념 및 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버마스는 사적 자율성과 공적 자율성을 각각 인권과 인민 주권의 개념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사적 자율성은 인권의 보장을 통해서 보호될 수 있으며, 공적 자율성은 인민 주권을 통해 행사될 수 있다. 하버마스는 이 양자의 관계를 동근원성으로 표현한다. 이 양자는 독립적으로 행사될 수 없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버마스에게서는 이 양자의 자율성은 구체적으로 명시적인 권리의 체계를 통해 보장되게 되며, 인권의 보장은 의견 및 의지 형성의 실제적인 담론과정의 법적 제도화를 위한 형식적 조건이 되고,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구속력을 지니는 정당한 법이 제정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버마스의 담론 민주 정치의 중심적 발상이다. 자유주의 이념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통해 살펴볼 때, 사적 자율성 보장으로부터 공적 자율성으로 확대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민주 정치 원리에는 핵심적인 본질적 가치로서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자기실현, 평등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자율성으로서의 자유는 사람들이 자신들 집단의 문제를 집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이것은 매우 적극적 의미를 지닌다. 마치 자유주의에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개인적 문제들을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와 대비해 볼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전제적으로 사람들의 자율성을 가장 잘 존중할 수 있는 결정 절차라고 말해진다. 자기실현의 본질적 가치는 집단적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삶의 완전한 번성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발상과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자유는 자치 정치적 공동체의 구성원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야말로 시민들의 평등한 지위를 가장 존중하는 입법 절차라고 한다.

플라톤의 민주주의 비판의 핵심은 민주주의는 평등과 자유에 대해 너무 많은 평가를 하는 반면 통치에 필요한 지식에 대해서는 너무 적은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 정치는 평등한 것과 불평등한 것들에 대해 평등성을 부여하는 혼란적이고 잡동사니의 아주 웃기는 통치형태라고 비판한다. 플라톤은 통치에 적합한 능력 및 전문성에 있어서 불평등한 자들을 평등하게 통치하도록 허용하는 민주 정치에 반대하였는데, 당시 직접민주 정치가 의회, 심지어 평의회 및 법정에서 이러한 평등의 정치를 실행하게 만들었다. 그는 고대 참여적 민주 정치의 통치에 내재해 있는 절대적 또는 산술적 평등에 반대하였다.

플라톤은 너무 많은 자유의 결과는 아마도 개인에게서나 국가에서 너무 많은 노예 상태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도한 것은 사물에서 반대의 방향의 역작용을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전제정치는 다름 아닌 바로 민주 정치에서부터 발전하게 된다. 자유가 절정에 달하면 가장 극심한 노예 상태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호자로서의 지도자는 독재자로 변하게 될 것이다.

자유주의의 개인적 자유의 강조와 함께 다원주의의 현실은 공동체 및 공동선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1980년대의 서구에서 진행되었던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개인적 자유의 우선성은 시민들로 하여금 공동선 외면, 사적 관심 우선주의, 정치적 무관심 등으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이에 요구되는 공공 문제에 대한 시민적 덕성을 외면하게 만듦으로써 민주 정치의 근간인 인민 주권의 기반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의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의에 이어, 시민 덕성 및 공화주의 논의의 부활과 병행하여 심의 민주주의 논의가 1990년대를 전후하여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론적 논의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민주 정치의 위험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특히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민주적 결정이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민주적 결정에 의한 자유의 함몰이다. 둘째, 다수에 의한 독재의 위험이다. 셋째, 소유권 및 경제적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정치 규칙과 정치권력은 개인을 강제적으로 구속하는 성격을 지닌다. 민주주의 정치 원리와 자유주의 이념의 발달은 정치권력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동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분명 개인의 중요성과 함께, 자의적 정치권력의 행사로부터 개인의 생명, 재산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민주주의 역시 민중이 독재나 부자들의 착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동근원성을 공유한다고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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