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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누가 弔鐘을 울리나
[대학정론]누가 弔鐘을 울리나
  • 논설위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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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1 09:37:48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하더라도, 우리 내부에 번뜩이는 광기와 히스테리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완전히 뿌리내리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 광기와 히스테리는 ‘노동’을 보는 ‘두 권력’의 시선에서 묻어난다.

IMF이후 우리 사회는 20대 80의 사회로 재빠르게 탈바꿈되고 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赤貧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주식액은 69조원이나 되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항제철 그리고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등 알짜배기 기업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절반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1천3백만 노동자 중에서 58.4%를 넘어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주5일 근무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6월 연대파업은 그 자체가 사회정의였다. 또한 이번 연대파업은 작년에 비해 파업 건수나, 참가인원이 줄었는데도 정부와 언론은 폭력경찰에 이어 구사대와 용역깡패까지 동원해서 노동자를 짓밟은 사건이 한두건이 아닌데도 사용자의 부당행위에 대해선 유독 뒷짐졌다.

‘문민정부’ 5년간 5백07명의 노동자가 구속된 반면에, ‘국민의 정부’는 3년 6개월 동안 5백75명을 구속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 술 더 떠서 대통령마저 이번 파업을 불법 폭력이라며 서슬퍼런 어름장을 서슴치 않았다.

이번 파업에서 ‘하이에나 언론’은 한 술 더 떴다.
수십년에 걸쳐 노동자를 족대기고 민중을 닦달해온 언론들의 데데한 버릇이 “붉은 띠를 풀어라”, “온 나라가 무너진다”, “항공大亂, 의료大亂”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을 볼온 폭력세력으로 몰아 부쳤고 경제위기를 부풀리고 가뭄을 빙자해서 파업을 고개숙이게 했다.

이번 연대파업에 대한 대응에서 우리는 과거의 관행이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지하철 파업 때도 대통령과 정부는 이 파업을 사회를 교란시키려는 불법-폭력 행위로 매몰차게 몰아 부쳤고, 시민들은 “시민을 볼모로 자기들의 권익만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라고 야멸찬 깨춤을 추었고, 언론은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자본이 빠져나가 ‘경제위기’가 또다시 불거질거라고 선소리했다.

바깥 경우는 어떠한가. 얼마전 프랑스 화물운송의 68.4%를 담당하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파업을 벌였다. 산업계 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프랑스 국민들의 74%가 파업 기사들에게 연대감을 표시했다. 게다가 농민들은 이른바 ‘연대를 위한 바베큐’를 파업기사들에게 제공했고 자가 운전자들조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기부금까지 주었다

지난 6월 연대파업에서 보여준 얼치기 정부와 언론의 狂暴한 구태 그리고 그것에 놀아난 시민들의 얄팍한 사고로는 우리의 앞날이 밝지 않다. 이젠 우리도 “불편하지만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성숙된 의식을 감싸 보듬을 때가 됐다. 6월 연대파업의 정신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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