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40 (금)
신유물론
신유물론
  • 최승우
  • 승인 2022.07.0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문화연구소 외 9인 지음 | 필로소픽 | 292쪽

기후변화의 시대, 우리에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만이 주체로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도 행동한다.”_본문에서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상상한 아홉 학자의 독특한 사유의 흔적!

철학의 역사에서 인간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물질과 자연은 언제나 문제 덩어리였다. 근대 자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태풍이나 홍수, 질병이나 지진처럼 인간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자연을 ‘삐딱한 자연’, ‘타락한 자연’이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물질은 인간에 의한 수정과 교정, 개선, 변화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고 인간은 자연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생태계의 파괴와 지구온난화, 이상고온과 저온,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변화가 나타나며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본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과학기술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은 마침내 자연과 물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동안 유물론과 관념론이 간과했던 물질의 행위성을 이론화하려는 신유물론이 등장한 것이다.

신유물론은 지금까지 불활성 물질로 간주되었던 비인간 존재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되었던 물질의 행위 능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이론적 노력이다. 인간만이 주체적으로 행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도 인간처럼 행위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사용했던 수많은 개념 외에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려는 시도이다.

아직 신유물론은 하나의 일관된 체계이거나 정체가 분명하고 수미일관된 이론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임의적으로나마 사변적 실재론과 페미니즘적 신유물론으로 이론가들을 분류하였다. 브뤼노 라투르, 퀑탱 메이야수, 그레이엄 하먼으로 시작해 제인 베넷과 비키 커비, 캐런 버라드와 도나 해러웨이를 접하고 나면 독자는 인간 이상의 세계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