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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의 커피 장인들을 만나다
일본과 한국의 커피 장인들을 만나다
  • 최승우
  • 승인 2022.07.0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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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히야출판 편집부 지음 | 정영진 옮김 | 336쪽 | 광문각

로스터리 숍은 리허설이 아닌 진짜 실력을 무대에서 보여 주는 완성형의 커피숍일 것이다. 긴 시간 쌓은 지식과 경험에 근간이 되는 기술이나 철학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가장 오래된 형태이다. 그리고 로스터리 숍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물론 트랜드에 대한 상식의 기틀을 다지고 동료 간의 협업과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 표현 능력을 발휘하여 보다 견고하게 진화시킨 모습을 담은 커피숍의 최종형이기도 하다.

 이 책의 한국편은 일본의 유명 도서를 리메이크하여 취재ㆍ집필하였다. 일본 도서인 《인기점의 커피 배전》을 한국어로 번역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커피 기술과 철학 중심 커피숍을 분석 및 소개한다. 진정한 커피인을 찾아나서서 커피 마니아가 인정하는 ‘로스터리 숍’을 엄격하게 선별하였고, 커피 전문가의 시선으로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끌어냈다. 말 그대로 심오한 수준의 책이다. 일본 커피 장인의 특별한 기술과 철학을 엿보았다. 그리고 한국의 커피 문화와 더불어 로스터리 숍의 남다른 기술과 철학을 취재하고 분석한 내용이다. 그만큼 충분히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책의 제작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불편하지만, 이 지면을 빌려 꼭 전하고 싶은 말을 해본다.
 커피에 빠진 사람들은 다 똑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깊은 맛과 향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는 선한 마음이다. 커피를 배우는 과정도 행복하다. 모두 내 편이고 친절하다.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자격증도 덤으로 손에 쥐게 된다. 그러다가 리스크는 줄일 수 있고 결실만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영업사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현혹되어 커피숍을 개업하곤 한다. 부족한 기술과 경험을 갖고 그렇게 시작해 버린 커피숍은 돌이킬 수 없는 홀로서기가 된다.
 본사만 배 불리는 수익 구조의 프랜차이즈, 실패 사례만 넘쳐나는 컨설팅 업체, 부족한 경험과 역량의 학원 컨설팅, 권위 없는 바리스타 자격증과 의미 없는 커리큘럼…
 결국에는 공허한 꿈으로 건물주의 배만 불려가며 경기 탓, 시절 탓, 남 탓과 손님 핑계로 일관하며 버텨내는 모습이 농후하다.

지금도 무수하게 맛있는 커피를 나누려는 순수한 커피인의 마음을 이용하여 그렇게 그들에 의해 길러지고 양산되어 그들은 몸집을 불린다. 가까운 거리 목 좋은 장소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선점한다. 주변 상권에서는 무수한 커피숍이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하며 커피의 대중화는 이루었지만, 땀이 맺은 결실은 오롯이 커피와 관련한 것들을 수입 판매하고 교육하며 컨설팅하는 이들의 몫으로 귀속되었다. 그들의 헤게모니 속에 커피숍을 준비하는 점주들이 그들에게는 수입 창출을 위한 고객이다.

 한편으론 대한민국에서 커피숍을 한다는 것, 참 좋은 기회로 여긴다. 베이커리가 맛있는 집, 디저트가 맛있는 집,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들도 많다. 아이템으로 차별화한 카페 또한 많다. 하지만 ‘커피가 맛있는 집’은 찾기 어렵다. 커피가 맛있는 집은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한다. 커피 가격에 상응하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면 어렵지 않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곳에는 맛있는 커피를 찾는 손님과 서로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형성한다. 오가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고, 넉넉한 인심 속에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 간다.

 물론 자신의 커피가 맛있다고 내세우는 카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류를 이루는 그들은 협회의 지위나 자격증을 내세우기도 하고, 주관적 또는 감성적 마케팅에 의존하기도 한다. 나아가 커피에 생명을 부여하여 캐릭터나 컨디션 등의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한다. 로스팅하는 과정을 샤머니즘의 의식인양, 추출하는 과정은 주술적인 퍼포먼스인 듯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의미 부여 방식에도 불구하고 카페의 고객들은 그와 같은 카페들에 대해 일시적인 흥미만을 느낄 뿐 대부분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일쑤다. 내 커피는 개성 있다는 믿음이 과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커피에 대해 표면적인 공부를 한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배우기 싫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커피가 진정 고객이 원하는 맛이고 특별한 커피일까? 의심하고 자각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취재한 로스터리 숍들이 보여 주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현업에 종사하는 커피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커피를 매개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커피 마니아들에게도 귀감이 되길 바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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