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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위기
핵전쟁 위기
  • 최승우
  • 승인 2022.07.1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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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 플로히 지음 | 허승철 옮김 | 삼인 | 463쪽

지나간 역사가 갑자기 현재가 되었다…
우리는 과거의 교훈을 잊어버렸다…!

핵전쟁 위기가 핵전쟁으로 갈 뻔한
세계사의 그 순간, 그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2017년 여름 두 명의 영향력 있는 논평가가 한목소리로 김정은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대치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세계를 강타할 최악의 핵 위기라고 경고했다. 그중 한 사람은 공화당원으로 미래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존 볼턴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민주당원으로 과거에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리언 패네타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북한의 핵전력이 나날이 위협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은 그들의 어두웠던 전망을, 지난 몇 년간 평화를 희망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우리는 무엇을 오해했고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우크라이나 출신의 하버드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하버드 우크라이나연구소장인 세르히 플로히Serhii Plokhy의 2021년 작 『핵전쟁 위기-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훈(Nuclear Folly: A History of The Cuban Missile Crisis)』은 이러한 핵 교착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기억을 소환하게 되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저작으로, 1962년 당시 미국·소련·쿠바의 핵심 정치인인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 니키타 흐루쇼프, 피델 카스트로가 전 세계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아간 결정적인 오해와 착각과 오판의 순간들을 다시 그려냈다.

국내에 이미 출간된 『얄타』,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비롯한 수십 권의 논픽션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 세르히 플로히는 『핵전쟁 위기』에서, 새롭게 발굴된 소련의 문서고 자료와 특히 우크라이나에 보관 중인 KGB 자료를 활용하여 당시 크렘린의 의사 결정 과정과 소련의 미사일 전략 동원과 파견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세르히 플로히는, 1969년에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위기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13일』이 출간된 이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수많은 저작들이 중대한 시사점들을 던지면서 우리가 사건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담론은 변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그가 보기에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기존의 담론은 ‘존 케네디가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고, 최측근 참모들이 관여한 의사 결정 과정 덕분에’ 결국 위기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세르히 플로히는 이 위기에서 ‘핵심 인물들이 올바른 일을 했던 순간을 포착하는 대신, 이들이 일을 그르친 수많은 상황들을 고려함으로써’, 그리고 미국 위주의 관점에서 놓치고 있는 것을 새로이 발굴된 러시아 자료를 통해 밝혀냄으로써 기존의 담론에 도전하고자 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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