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변화보다 거시적 문제에 주목할 필요

박동현 박사는 이번 대담을 계기로 처음 만났을 뿐만 아니라, 나와는 활동영역이 서로 다른 관계로 미처 글이나 논문을 읽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두 시간 가량 대담을 하면서, 매우 균형 있고 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동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공학도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리기에 충분할 만큼 사회과학적 문제인식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디지털 격차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삐딱한 경제학도에 비해서는 훨씬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했다. 물론 거기에는 기획대담의 성격상 서로 대립적인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는 점이 상당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같이 순수학문에 가까운 분야를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경영학이나 공학 같은 실용적 학문을 전공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가 큰 틀의 문제보다는 단기적이고 좁은 영역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반면, 상대는 나같은 사람에게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대담은 그와 같은 일반적 경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