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3:05 (토)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
  • 최승우
  • 승인 2022.07.22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찰스 번하이머 지음 | 이형진 외 옮김 | 336쪽 | 푸른사상사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미국비교문학회(ACLA) 「번하이머 보고서」

비교문학은 두 나라 이상의 문학을 비교하여 서로의 문학 양식·사상·영향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국제적인 시각에서 타 언어 문학과의 관계 등을 구명하며 그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확장해왔다. 비교문학에 관한 중요한 학술적 담론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여온 미국비교문학회(ACLA)에서는 10년 주기로 ‘비교문학 기준 보고서’를 발표하여 비교문학 연구의 현황을 검토하고 향후 지평을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기적 전환기의 비교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번하이머 보고서」(1993)는 비교문학이라는 학문의 정의뿐만 아니라, 문학연구의 문화적 역할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어 당시 학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형진 교수를 비롯한 한국비교문학회 소속의 9명 연구자는 「번하이머 보고서」를 비롯한 비교문학 기준 보고서 세 편과 「번하이머 보고서」를 둘러싼 논문으로 이루어진 Comparative Literature in the Age of Multiculturalism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미국비교문학회에서 발간한 첫 ‘10년 보고서’인 「레빈 보고서」(1965), 두 번째인 「그린 보고서」(1975), 약 20년 후에 발표된 세 번째 「번하이머 보고서」(1993)가 소개되어 있다. 아울러 1993년 미국 현대어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출된 「번하이머 보고서」에 대한 세 학자(앤서니 애피아, 메리 루이스 프랫, 마이클 리파테르)의 학문적 논의가 담긴 토론문과 인문학 분야의 석학 열세 명의 소논문이 실려 있다.

각 논문에는 1990년대 미국 비교문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학문적 고민과 비교문학 발전의 방향성이 다양하게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주의가 확장되는 시기에 비교문학이 전통적 유럽 중심주의 문제, 비평적 탐구 범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의 외국어와 번역의 역할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대학 교육 과정에서 문학 연구의 역할과 가치, 문화 연구와 탈식민주의 연구와 문학 연구의 관계성 등의 주제를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 인문학계에서도 비교문학 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비교문학의 필독서라 할 수 있는 「번하이머 보고서」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 현황에 대한 자료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 문학 전공자들이 비교문학의 해외 연구 동향과 방법론에 대한 자료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비교문학의 새로운 목표와 방법론을 보여주는 시도로서 『다문화주의 시대의 비교문학』은 비교문학 및 문학 연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