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0:20 (목)
예언자
예언자
  • 최승우
  • 승인 2022.07.22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릴 지브란 지음 | 조달려 옮김 | 240쪽 | 다상출판사

“인간 공통의 관심사를 아름다운 산문시로 담아냈다” 

1923년 초판 발매된 『예언자』는 4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1억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 스테디셀러이다. 레바논 출신의 작가 칼릴 지브란은 스무 살 때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하여 마흔 살에 완성했다. 이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이유는 인간 공통의 관심사를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내 지구촌 어느 독자와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언자』는 산문시이다. 비록 짧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치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을 동시에 전달해 주는 것처럼 묵직한 영감을 선사한다. 따라서 급하게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여유로운 마음과 진리를 구하는 간절한 열망으로 다가간다면 『예언자』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알무스타파는 열두 해 동안 머물던 오르팰리즈 성을 떠나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를 고향으로 데려다줄 배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오르팰리스 시민들은 그에게 지혜를 주기를 요청했고, 스물여섯 가지 삶에 관한 질문이 이어진다.
사랑, 결혼, 베풂, 먹고 마시는 것, 일, 기쁨과 슬픔, 집, 옷, 사고파는 것,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열정, 고통, 자아 인식, 가르침, 우정, 대화, 시간, 선과 악, 기도, 쾌락, 아름다움, 종교, 죽음 등 스물여섯 가지이다. 그리도 일상적인 것들이 작가의 심연에서 길어 올리면 어찌 그리도 비밀스럽고 아름다운지 숨을 멎게 한다.
우리 삶의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이 책은 미국 결혼식과 장례식에 단골로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유명 번역자들이 번역했다. 번역자 조달려 선생님은 오래 눈에 익어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새롭게 다듬어 옮기셨다. 여름날 아침에 갓 딴 사과처럼 풋풋하게.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 그대들에게 손짓하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험난하다 할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거든 온몸을 맡겨라.
비록 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결혼에 대하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되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라. 
비록 류트의 줄들이 함께 울려 하모니를 이루더라도 각기 줄이 다르듯이.

아이들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육신을 위한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을 위한 집을 줄 수는 없다.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가 방문할 수 없는,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방문할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하여

그대들에게 단언하노니 일한다는 것은 그대들이 대지의 가장 깊은 꿈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 꿈은 그대들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몫이다. 
그대들은 일을 함으로써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게 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