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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찾아오는 수업 고민하게 만든 ‘비대면’
학생이 찾아오는 수업 고민하게 만든 ‘비대면’
  • 전상은
  • 승인 2022.08.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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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⑩ 전상은 경북대 교수
전상은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2022년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코로나 제한조치가 완화되고 다시 학생들과 마주하니 내가 교수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다시 만난 학생들에게 대면 강의의 중요함을 설파하기 위해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대면 수업을 다시 하니 수업 집중도가 더 좋아지지 않나요?” 그들의 대답은 기대와 정반대였다. 그들에겐 비대면 수업 진행 방식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의 비대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었고 그 덕분에 우수 강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대면 교육에서 우수 강의상 수상은 지금까지 나의 강의를 되돌아보게 했고, 대면시절 나의 강의는 교수자 중심의 교육이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이 지면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나의 비대면 강의가 어떻게 학습자들을 만족시켰는지 부끄럽지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MZ는 언제든 접근가능한 강의에 익숙

나는 2학년 공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학수학을 강의했다. 그동안 진행했던 나의 공학수학 강의는 새로운 수학 개념과 그와 관련된 문제 풀이를 칠판에 판서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러한 강의 방식에 대한 수강생들의 평가는 괜찮은 편이었기에 이를 그대로 옮긴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첫 비대면 수업 시간에 했다. 

그러나 칠판 대신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해 판서하듯이 내용을 소개하는 동시에 마이크로 설명을 전달하고 이어폰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첫 시간에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강의 목소리의 끊김, 화면과 설명 사이의 시간차, 수강생들이 만드는 잡음 등 인터넷 환경은 아직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지 못했다. 실시간 화상수업은 다양한 많은 정보들이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대학수업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비대면 강의는 대면 강의의 단순한 전환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첫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부터 대다수의 인터넷 강의가 사전 녹화로 제작되어 배포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고, 비대면 강의를 위해 사전에 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 학습자들이 수학의 논리를 차근차근히 따라갈 수 있도록 풀이하는 과정을 태블릿에서 필기하는 영상으로 녹화하는 동시에 강의 설명을 녹화해 강의를 사전 제작했다. 그 후 제작된 영상은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으로 잡음을 제거하고 영상을 다듬어 학생들에게 제공되었다. 

요즘의 MZ세대 학생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강의와 유튜브를 접해온 세대이다. 따라서, 그들은 녹화된 온라인 강의의 강점을 잘 알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녹화 강의는 ①학습자가 원할 때 언제든 강의에 접근할 수 있으며 ②어려운 강의 내용은 언제든 멈추거나 반복 시청으로 이해되도록 높일 수 있고 ③강의를 테마별로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의 비대면 동영상 강의도 MZ세대들의 성향을 고려해 제작했다.

이어폰으로 듣는 ‘녹화강의’ 맞게 목소리를

전상은 교수는 비대면 강의를 하며 그간 자신이 학교에서 진행했던 대면 강의가 '교수자 중심'의 강의는 아니었는지 고민했다고 소외를 밝혔다. 사진=전상은

먼저, 수업에서 다루는 개념별로 정의와 문제풀이를 하나의 묶음으로 동영상을 제작해 제공했다. 대면수업에서는 제약된 75분의 강의를 했기에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 개념 해설이나 문제 설명을 중간에 끊는 경우도 있었고, 시간에 맞추기 위해 순서를 섞어서 강의하기도 했다. 개념별로 동영상을 제공하니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만 복습이 가능했고 또 긴 내용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는 동영상에 대한 몰입도가 향상되었다. 다만, 짧게 나눠진 동영상 강의를 학습하는 경우 전체 흐름 파악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짧은 리뷰나 중간중간에 전체 흐름을 설명하는 강의를 따로 삽입해 전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대면 강의에서는 넓은 강의실에 다수의 학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큰 목소리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세세한 설명이 어려우며 큰 목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녹화 강의는 학생들이 이어폰으로 주로 시청하므로 편안하고 낮은 목소리로 강의를 준비했고, 또 마치 옆에서 설명하듯이 말의 속도를 늦춰서 강의를 준비했다. 인터넷 강의에 적합한 형태의 동영상을 제공하자 많은 학생들이 강의의 자세한 필기와 세세한 설명, 그리고 친밀감 있는 강의가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비대면 동영상 강의가 주는 다양한 장점도 존재하지만, 대면수업과 달리 학생들 반응의 즉각적인 파악이 불가능하므로 소통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학습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질의응답 게시판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학생들은 강의에서 어려운 내용을 게시판을 통해 질문을 남겼고 댓글형식으로 답을 달아 수강하는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해, 수업의 연장으로 학습시스템을 활용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임에도 소통에 불편함이 없었다며 만족했다.

이제 사회가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되고 다시 대면 강의의 시대로 복귀하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강의란 그들에게 찾아가는 강의인지 그들이 찾아오는 강의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앞으로 대면 시대에서도 학생들에게 비대면 강의의 장점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가가 나의 고민거리로 남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배운 교수법 및 학습 노하우가 앞으로 대학 교육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전상은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Carnegie Mellon 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경북대 신소재공학부에서 부교수로 있으며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연구실의 연구책임자로 있다. ‘공학수학’, ‘에너지 소재’, ‘재료확산’, ‘전기화학 에너지 변환 공학’ 등의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2022학년도 경북대 우수 강의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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