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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경제의 시대’를 열다
스마트폰, ‘중독경제의 시대’를 열다
  • 유무수
  • 승인 2022.08.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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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호모 아딕투스』 김병규 지음 | 다산북스 | 376쪽

빅테크 기업 알고리즘의 맹목적 조종 피하려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메타인지가 필요

1950년 캐나다의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즈는 실험용 쥐의 뇌에 전기 막대기를 꽂아서 쥐가 스위치를 누르면 전류가 뇌보상회로에 흐를 수 있게 했다. 쥐들은 음식과 물도 먹지 않고 스위치를 마구 눌렀다. 김병규 연세대 교수(경영대학)는 자극·쾌감을 주는 장치가 가득한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누를 수 있는 보상회로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있으며 기업은 중독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36억 명이며, 한국의 경우 성인 95%, 미국인은 81%, 영국인은 75%, 일본인은 66%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정신의학 프런티어』라는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영국인 38.9%가 스마트폰 중독상태이며, 21세 이하인 경우에는 42.2%가 스마트폰 중독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만 10세-19세) 35.8%, 유아동(만 3-9세) 27.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74.5%에 달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기업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쇼핑, 뉴스, 게임 등 5가지 영역에서 중독을 만들어내는 요소를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20세기 초반의 ‘제품경제의 시대’의 기업은 사람들이 갖고 싶은 제품의 생산을 통해 이윤을 추구했다. 20세기 중반의 ‘관심경제의 시대’의 기업은 특히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저자에 의하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중독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빅테크 기업은 중독을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경제구조를 구축했다. 앱의 중독성이 강해질수록 광고수입이 증가한다. TV시대와 비교해서 광고공간이 확대됐고, 광고비는 낮아졌으며, 광고의 효과성은 높아졌다. 디지털 광고의 최강자인 구글의 2021년 광고매출은 2천95억 달러(250조)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표 방송사인 CBS의 광고 매출은 54억 달러였다.

엄청난 양의 테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대부분의 매출을 가져가는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중소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은 다음 6가지이다. △작은 규모로 자신만의 중독모델을 만들어내는 뉴매커닉전략 △빅테크 기업의 중독경제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세대를 타깃으로 자신만의 중독경제를 만드는 뉴에그(new-egg)전략 △상품의 종류가 적더라도 자신만을 위한 서비스처럼 느껴지게 하는 큐레이테인먼트(curatainment)전략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관계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휴머니스틱 브랜드 전략 △결심만 하고 실행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조절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셀프컨트롤 전략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디지털 환경 자체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디톡싱 전략이다.

저자는 중독경제의 시대에 휩쓸리지 말고 파도를 타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어디에 어떻게 왜 그렇게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테크 기업에 의해 디자인된 생각, 느낌, 행동에 깊이 감염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치워버리고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춰보자. 중독의 기술이 정교하고 강력해지는 시대에서 테크 기업의 교묘한 알고리즘에 맹목적으로 조종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메타인지로 깨어있는 연습을 할 필요도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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