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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띄우고 제주 현장에서 ‘라이브강의’하는 철학 교수
드론 띄우고 제주 현장에서 ‘라이브강의’하는 철학 교수
  • 김봉억
  • 승인 2022.08.09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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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입체·현장강의’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을 넘어서자 원격강의도 변화가 필요했다.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강의가 속속 늘어났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실감나는 ‘실시간’ 현장 강의로 학생들을 사로잡은 사례가 있다.  

이석주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57세, 중국철학·사진)는 2020년 1학기부터 진행해 오던 입체적 강의에 이어 올해 1학기부터는 제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강의’를 시도했다.  

이 교수는 2020년 1학기부터 ‘4차산업혁명과 드론디자인’ 교양 수업과 2021년 1학기에 개설한 ‘레트로 동아시아의 건축공간과 신화’ 교양 수업 자료에 스냅 사진, 동영상 자료는 물론, 하늘에서 내려다 본 ‘드론 촬영 자료’를 추가했다. 지상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감각을 넘어서는 자료였다. 드론 촬영 자료에는 한국의 섬과 서원, 사찰의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이 담겼다. 지난 5년 동안 이 교수가 직접 찍은 사진은 대략 1만 장 정도다.

이석주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더 실감나는 실시간 현장 강의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제주 현장을 찾는다. 혼자서 저 스마트폰을 들고 1시간을 강의한다. 드론은 4차산업혁명을 체감할 수 있는 수업 도구다. 사진=김봉억

올해 3~6월, 매달 한 번씩 네 번의 라이브

PPT속 드론 자료만으론 부족했을까. 더 실감나는 현장 그대로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1학기부터 두 과목의 수업을 제주 현장에서 혼자서 ‘라이브 강의’도 병행했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매달 한 번씩 총 네 번의 라이브 강의를 했다. 3월에는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 삼양동 선사유적지에서, 6월에는 송악산 정상과 주변, 애월읍 하가리 전통민가와 주변에서 현장 강의를 했다. 화요일엔 ‘드론디자인’ 수업을, 수요일엔 ‘건축공간과 신화’ 수업을 했다.    

수강생들과 실시간 채팅창으로 수강생들이 요청하는 세부적인 장소와 대상을 보다 정밀하게 확인시켜 주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현장 강의는 담당 교수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다양한 현장 상황을 학생들이 원하는 장면을 보다 가까이, 또 여러 각도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성산일출봉에서 현장 강의하는 이석주 교수의 모습이다. 

“수업 시간에 다 보여준 영상이지만, 직접 라이브로 하니까 동영상 강의와는 느낌이 또 다른 거죠. 라이브를 할 때는 제가 설명하면서 그 소리가 바로 들리니까 학생들도 느낌이 다른가 보더라고요.” 이 교수는 “MZ세대가 요청하는 학습환경의 변화와 시도를 수렴해 반영하기 위한 학습환경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석주 교수가 드론으로 찍은 제주 신도리 해녀. 

“포스트코로나, 새로운 학습환경이 필요하다”

이 교수의 제주 현장 라이브 강의는 사비를 들여 진행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고통은 교수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라이브 강의를 위해 필요한 건 스마트폰(갤럭시 S20)과 쉴드, 마이크만 있으면 충분했다. 동국대의 원격강의 시스템인 ‘웹엑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라이브 강의가 가능하다. “요즘 핸드폰이 워낙 좋아서….”

이 교수의 이 같은 시도는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육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급감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못 들어 오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학습환경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교수의 올해 1학기 두 수업에 외국인 유학생은 각각 7명이 수강했다. “현장 강의까지 곁들이니까, 국내 학생이든 외국인 유학생이든 굉장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학습환경의 변화와 대안으로 소소한 시작이지만, 작은 변화의 동력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중국철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다. ‘4차산업혁명과 드론디자인’이라는 수업을 개설한 것도 의외였다. 드론도 사비를 들여 샀고, 한 달 동안 독학으로 배웠다. 이 교수가 드론을 접하고 활용한 계기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진행한 한국연구재단 프로젝트였다. 일반공동연구지원을 받은 ‘동아시아 3섬의 신화와 전통 주거문화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였다. 차별화된 연구계획과 결과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드론’을 띄웠다. 

이 교수는 제주, 오키나와, 대만 세 곳을 다니며 연구했다. “오키나와 답사를 할 때 4분짜리 드론 동영상을 만드는데 95만 원을 달라고 해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갔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배웠죠.” 이렇게 드론을 익혔고, 드론 촬영 자료도 늘어났다. ‘레트로 동아시아의 건축공간과 신화’ 수업은 제주도 답사를 계속 다니고, 한국연구재단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까 자료들이 풍부해져 새로운 수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석주 교수가 드론으로 찍은 제주 삿갓 오름

“상상력과 꿈을 위해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하늘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드론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미개척 영역 중에 인문 분야가 있다고 봤다. ‘4차산업혁명과 드론디자인’ 수업 목표는 이렇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인간의 상상력을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어 줄 드론디자인을 학습한다.’ 이 수업의 마지막 강의는 ‘스타트업’이다. “드론을 배우고, 콘텐츠를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과제 보고서도 창업까지 연결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합니다.” 2020년에 이 수업을 듣고 실제 창업을 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 반응은 어떨까. “실감 난다”는 반응이다. “좀 더 실감 나는 실시간이라서 좋다고 해요. 편의점에서 파는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과 방앗간에서 금방 가래떡 뽑아서 먹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학생들이 그걸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교수는 왜 드론에 꽂혔을까. “지금의 4차산업혁명은 산업사회의 흐름이잖아요. 그 흐름의 정점이 제가 보기엔 ‘드론’이라고 생각했어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트렌드가 움직이고 있는지 드론을 통해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리고 드론을 활용한 콘텐츠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국철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좁히고 좀 더 현실화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의 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론에 빠져든 이유다. 

이 교수는 라이브 강의의 화면 안정감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2학기에는 일단 짐벌을 장착하고 학생들에게 안정된 화면을 보여주고 싶다. 학생들 피드백을 듣고, 좀 더 다양하게 구상하고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이 교수가 현장 강의를 통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상할 수 있는 것도 많이 봐야 된다고 학생들에게 얘기해요. 현장 강의의 가장 큰 포인트는 꿈꿀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봐야 된다는 겁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제공하는 것이 현장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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