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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전공자가 권하는 독서여행
타 전공자가 권하는 독서여행
  • 교수신문
  • 승인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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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장벽은 완강하고 튼튼하다. 동과 서, 문학과 철학, 과학과 인문학, 공학과 윤리학간의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가로지르기’가 유행하면서도 전공의 장벽을 더욱 굳건히 하는 ‘세로세우기’도 여전하다. 통합적 지식, 통합된 사고는 그저 고대와 중세의 미망에 불과하였던가. 올 여름엔 ‘남의 집 마당’ 한번 들여다 보는 것이 어떨까.

자연과학자가 사회과학자에게 : 상상의 세계(프리먼 다이슨)

자연과학자가 사회과학자에게, 사회과학자가 자연과학자에게, 공학자가 인문학자에게, 인문학자가 공학자에게 추천하는 책의 연쇄는 우연히도 ‘상상의 세계’에서 출발한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는 평생을 과학자로 살았던 프리먼 다이슨의 ‘상상의 세계’(사이언스북스 刊)를 사회과학자들에게 내민다. 다이슨은 과학자로서 드물게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인용하고 있는데, 자칫 딱딱해보이는 자연과학자의 세계관을 나긋나긋하게 전달하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자연과학적인 문제들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담고 있고, 내용 자체도 전문적인 세부분야까지는 다루지 않지만, 자연과학 전공자가 아닌 전문번역가에 의해 번역됐기 때문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사회과학자가 자연과학자에게 : the Taming of Chance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가 자연과학자에게 권하는 책은 이언 해킹(Ian Hacking)의 ‘우연의 순치’(the Taming of Chance, Cambridge Univ.)이다. 해킹의 책은 19세기 후반에 통계적인 사회학 방법론이 세계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방식의 전회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통계의 사회사’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결정적(deterministic)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계적 방법이 실상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등장” 했으며 “사회과학자와 자연과학자 모두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학문방법론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발달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란다.

공학자가 인문학자에게 : 바이오테크시대(제러미 리프킨)

김용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 연구센터 연구원은 인문학자들에게 제레미 리프킨의 ‘바이오테크 시대’(민음사 刊)을 권한다. 그는 생명공학 논쟁이 한창인 요즘, 이 책의 발상법을 통해 공학과 인문학간의 조그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생명’이라는 말 뒤에 자연스레 공학을 떠올리게 됐고, 어느새 생명의 개념은 자연적인 것에서 과학적인 것으로, 인간능력의 영역 밖에서 인간의 영역 안으로 옮겨와 있다. 생명공학 기술은 질병 치유, 동물복제, 장기복제, 대리모 출산에서부터 복제인간에까지 이르렀으며 현재 유전공학은 ‘게놈’특허, 유전체의 우생학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명공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생명’과 ‘윤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문학자가 공학자에게 : 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인문학자인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가 공학자들에게 권하는 책은 ‘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지음, 문예출판사 刊). 과학과 기술이 중세적 세계로부터 탈신화화를 이루는 진보를 이룩했음에도 그 자신이 ‘신화’가 되어버린 ‘반전상황’에 대한 비판서로, 과학기술에 내장된 퇴행적이고 야만적인 기획을 이성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홍 교수는 “과학기술의 신화를 모자이크처럼 마치 불상의 겉을 금박으로 하나하나 입히듯이 쓴 책”이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를 신탁을 해석하듯 읽으면 놀랍도록 재밌고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가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얇기’ 때문. 몇 편의 논문으로 돼 있어 따로 읽어도 부담없고, 시간이 없으면 ‘계몽의 개념’ 한편만 봐도 된다. “이 책은 일종의 ‘관현악’이다. 저자들, 특히 아도르노는 말을 음악처럼 다루고 있다. 음악을 듣듯이 읽으면 더 묘미가 있을 것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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