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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 비문척독(新式 備門尺牘)
신식 비문척독(新式 備門尺牘)
  • 최승우
  • 승인 2022.08.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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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지음 | 박상수 옮김 | 전통문화연구회 | 342쪽

1920년대 전통시대 서간문 형식의 길라잡이

‘비문척독備門尺牘’은 ‘서간[尺牘]에 사용되는 모든 부문[門]을 갖추어[備] 놓았다.’는 의미이다. 《신식 비문척독》은 편지를 주고받는 수신인과 발신인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상황을 망라하고, 편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은 사람의 관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되는 투식구套式句를 갈무리하였다. 
  본서는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던 서간문 서식집과 다르게, 두주頭註에서 서간문에만 주로 쓰이는 독특한 용어들을 정리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 번역에서 보통 ‘구구하다’, ‘구구한 사람’ 등으로 해석하던 ‘구구區區’를 ‘간절한 모양이다〔懇切之貌〕’라고 명확히 주석을 달았다. 다른 책에서 정확히 의미를 제시하지 못하였던 ‘취백就白’이란 ‘다른 말은 각설하고 관계된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除却他說 惟就所關事而言也〕’라는 뜻임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죄송하다’는 뜻으로 쓰는 ‘주신主臣’, ‘알다’는 뜻으로 쓰이는 ‘圖’ 등의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서간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뿐 아니라 서간문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전통문화와 새로운 신분 질서의 변화를 보여주다 

본서는 전통시대를 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던 격변기에 최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다. 갑오경장을 통해 해체되었던 신분 질서가 재정립되어 가면서도, 존비에 따라 달리 사용하던 전통적 편지쓰기는 여전히 존재하였다. 서간문 곧 편지글은 양반계층에서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던 글쓰기였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고달프게 익혀야 하는 학습의 대상이었다. 일반인의 서간문 학습에 대한 열기에는 지식층의 글쓰기를 흉내냄으로써 신분의 한계를 타파하려던 욕망이 짙게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본서에는 전통시대의 가장 정형화된 편지 글쓰기 형식과 새로운 신분 질서 속에서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자 하였던 대중들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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