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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실패한 히틀러 암살, 마야문명 소멸은 기상악화가 원인
안개로 실패한 히틀러 암살, 마야문명 소멸은 기상악화가 원인
  • 유무수
  • 승인 2022.08.19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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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날씨가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344쪽

장마·대기근이 시작돼 절도와 식인행위 자행
폭우로 포탄이 무용지물 돼 나폴레옹이 패패

일부 서양인들은 개고기에 된장을 발라 끓여먹는 한국의 보신탕은 야만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서양인들도 개를 잡아먹은 역사가 있다. 심지어 식인행위까지 있었다.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에서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던 두 아이는 마녀에게 반가운 ‘식재료’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동화작가의 단순한 상상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먹을 것이 극도로 부족했던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아의 홍수를 떠올리게 하는 장마에 이은 대기근이 시작된 1315년의 유럽에서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 것은 양반의 행위였다. 식료품 절도는 기본이요, 도처에서 식인행위가 자행됐다. 심지어 굶주린 엄마가 자기자식을 잡아먹는 범죄까지 일어났다. 

 

마야문명의 소멸은 기상악화와 관련이 깊다. 마야문명은 오늘날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해당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천 년 이상 유지되고 있었다. 마야인은 탁월한 예술품과 정교한 문자, 정확한 달력을 남겼으며 천문학에도 뛰어났다. 도시국가를 건설했고 웅장한 피라미드를 축조했다. 현대 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마야문명 전성기에는 대략 1천만 명의 주민이 살았다. 그러나 1520년경 마야지역의 총인구수는 3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과 기근이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마야문명의 붕괴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에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날씨였다. 프랑스군이 적군보다 우위에 있는 강점은 대포의 성능이었다. 대포가 제대로 작동할 때 나폴레옹의 군대에 승산이 있었다. 전투의 상황에서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프랑스군이 쏜 포탄이 웰링턴 군대 가까이에 떨어질 때 포탄은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진흙탕에 포탄이 떨어질 때 불발탄이 되거나 진흙을 튀기는 정도의 위력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패배하고 정치적 생명이 끝장났다. 날씨가 화창하여 포탄이 원래의 위력을 발휘했더라면 러시아로 힘차게 진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날씨는 히틀러의 운명도 결정적으로 바꿨다. 나치당의 독재체제에 반대하고 “히틀러 만세”라는 경례를 거부했던 게오르크 엘저는 히틀러의 암살을 계획했다. 엘저는 히틀러의 연설이 예정된 뮌헨의 대형 맥주홀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폭탄이 터지는 시점은 1939년 11월 8일 21시 20분이었다. 폭탄은 예정시간에 터져 연단주변을 초토화시켰고 맥주홀의 지붕까지 무너뜨렸다. 그러나 히틀러는 무사했다. 그날 저녁 짙은 안개가 낀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고 평소에 사용하던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된 히틀러는 기차를 타야 했고, 기차시간에 맞춰 히틀러는 13분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다. 폭탄이 터진 9시 20분쯤에는 히틀러와 수행원, 2천∼3천 명의 청중들 대부분도 맥주홀을 떠난 뒤였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도 등장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한 덕분이었다. 낙하산 부대원들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투하하고, 전투기와 수송기의 원활한 비행과 착륙을 위해서는 보름달처럼 환한 달빛이 필요했다. 기상분석팀은 1944년 6월 5일 저녁부터 다음날 6월 6일 아침까지 상황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독일군 지휘부는 주말 내내 이어진 악천후에 안심했고 방심했다. 독일군 사령관 롬멜 장군은 그런 악천후에서는 어떤 작전도 감행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륙작전은 계획대로 성공했고 연합군이 승리했다. 1944년 6월 5일부터 이틀간 잠잠한 날씨와 기상분석팀의 정확한 분석 덕분이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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