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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20세기
프로이트와 20세기
  • 최승우
  • 승인 2022.08.14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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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자레츠키 지음 | 권오룡 옮김 | 문학과지성사 | 704쪽

정신분석은 여전히 해방적 힘이 될 수 있는가?
20세기 정신분석적 사유와 실천의
변화무쌍한 운명에 대한 탁월한 조감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문화에 접맥시키는 지적이고도 철두철미하게 박학한 작업.
정신분석이 절실히 필요로 했던 역사적 안목을 갖추고 있다._피터 게이

정신분석에 있어 20세기란 그것이 흘러온 시간이면서 또한 그것이 영토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은 20세기를 점철한 숱한 사건 및 현상들과 조우하면서 인간이 자기 자신과 타자를 이해하는 방식을 돌이킬 수 없이 변화시켰다. 그런데 프로이트 및 정신분석에 관한 수없이 많은 전기적, 이론적 연구와 논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간, 사회, 정치,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맥락화하는 작업은 미진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이 책 『프로이트와 20세기(Secrets of the Soul)』는 뉴스쿨의 저명한 역사학자 엘리 자레츠키의 폭과 깊이를 아우르는 관심과 박학에 힘입어, 20세기라는 시공간을 관류한 정신분석적 사유와 실천의 변화무쌍한 운명에 대한 탁월한 조감도를 그려낸다.

이 책은 정신분석만이 아닌, 20세기 자체에 대한 뛰어난 사회문화사 작업이라 부를 만하다. 자레츠키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시작하여 산업화, 전쟁, 여성해방운동, 문화적 저항과 예술적 혁신 등과 같은 20세기를 수놓은 문제적 주제들을 개인의 자율성, 여성해방, 민주주의라는 ‘모더니티의 세 가지 약속’이라는 명제에 수렴시켜 일목요연하게 맥락화한다.

특히 저자 자신이 뉴레프트운동에 깊이 투신했었고 그에 관련한 연구로 학자로서의 이력을 시작한 만큼, 정신분석이 뉴레프트 및 여성해방운동과 만나 복잡하게 상호 변이하는 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그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줄리엣 미첼, 주디스 버틀러, 피터 게이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상찬을 받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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