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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 사상으로 보는 인문학
초인 사상으로 보는 인문학
  • 최승우
  • 승인 2022.08.14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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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용 지음 | 292쪽 | 세창출판사

주제로 보는 인문학의 첫 번째 시리즈
 온갖 매스컴을 통해 연일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이다.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인문학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문학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만큼 인문학을 소개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너무 많은 자료와 많은 소개글로 인해 오히려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진입장벽이 높아져만 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문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주제로 보는 인문학 시리즈는 이와 같은 고민에 대한 간단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철학사의 족적을 남긴 인문학의 거장들과 그들의 중심이 되는 사상들을 통해 다양한 문학, 철학, 예술 등의 인물과 작품들을 꿰뚫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시리즈의 첫 책인 『초인사상으로 보는 인문학』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철학자, 그러면서도 어려워서 도전하지 못했던 니체의 중심이 되는 ‘초인’ 개념을 통해 역사 속의 인물들과 작품들을 탐구한다. 물론,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확실하게 말이다. 

초인사상 맛보기 1: 니체와 기독교의 대립

 니체는 모든 사람의 생각 속에 깔려있는, 그러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을 끄집어내어 그 모순에 대해 고발하고 파헤친다. 즉 니체의 철학은 저항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코페르니쿠스가 모든 사람의 생각 속에 자리잡은 천동설을 반박했던 것과 같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다. 다만 코페르니쿠스와 니체가 달랐던 점은, 코페르니쿠스는 천동설이라는 이론이 과학적으로 맞는가에 대한, 말하자면 ‘팩트 체크’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과 달리, 니체는 더욱 근원적인 차원까지 들어가, 우리의 삶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사고 방식이나 행동의 방식에까지 그 물음을 던졌다는 것이다. 

니체의 시대상을 통해 살펴보자면, 당시의 거의 모든 사람은 기독교가 가르치는 도덕, 습관, 규칙 등을 가지고 살고 있었고, 심지어는 기독교라는 사고 틀을 거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스스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이 옳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기독교에서 벗어난 것은 무엇이든 죄악으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기독교는 모든 사건, 불행, 기쁨, 행복, 고통, 슬픔 등 기본적인 감정까지도 ‘신’에 의해 부여된 것으로 이해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코페르니쿠스가 사실을 말해도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니체의 사상 또한 엄청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니체는 왜 그러한 비판을 감수했을까? 바로 그렇게 사는 것이 초인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모두가 옳다고 믿는 바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초인사상으로 보는 인문학』은 이처럼,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란 무엇인지, 보다 다양하게, 보다 명쾌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초인사상 맛보기 2: 역사 속의 초인들
 『초인사상으로 보는 인문학』은 그저 니체의 초인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초인상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사회와 인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고자 한다. 많은 이론가들이 현상을 분석하고 탐구함으로써 이론을 도출해 냈다면, 이론을 토대로 현상을 재탐구함으로써 해당 학자의 관점으로 현상을 재해석하는 시도 또한 중요하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인문학에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 면에서 초인사상의 이론 소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인물과 문학을 재분석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복잡·다양화되어 가는 현실 속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나’를 지켜가고, 또한 사회가 무의식적·비성찰적 윤리라는 방만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길로서의 인문학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주제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매우 예리한 철학적 도구가 바로 초인사상이기도 하다. 쉬운 언어와 친숙한 작품들을 통해 만나는 ‘초인사상’우리의 실제적 삶과 동떨어진 먼 ‘인문학’의 성격보다는 우리의 삶에 실제적 지침 혹은 삶에 대한 깊은 숙고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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