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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수급은 불일치하기 마련인데
인력 수급은 불일치하기 마련인데
  • 김소영
  • 승인 2022.08.2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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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지난 6월 초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반도체산업의 국가적 중요성을 설파하며 전 부처에 반도체 열공을 주문했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이고 미·중 기술블록화로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국가안보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그 기술과 산업을 이끌어가는 반도체 인력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 육성을 골자로 한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은 발표 전부터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란에는 지역균형 발전(수도권 대학증원 규제 완화에 따른 지역대학 위기 심화)처럼 우리나라에 특수한 이슈도 있지만, 인력수요 추정이나 대학의 산업인력공급 기능, 기초와 응용 비중 등 과학기술인력 정책이 일반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인력수요 추정은 고용노동부 전망(10년간 반도체 제조업 인력소요 2만6천 명, 연평균 1.6% 증가)과 산업통상자원부 전망(10년간 12만7천여 명, 연평균 5.6% 증가)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정부 방안의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인력수요 추정은 수요와 공급 불일치 이슈로서 수요공급 불일치는 파격적인 인력정책을 정당화하는 가장 큰 논리다. 금번 방안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대책(2025년까지 SW인재 41만 명 육성, 2021년 6월), 올 3월 양자암호, 사이버 보안 등 석박사급 인재 양성계획(2025년까지 ICT 핵심인재 1만 5천 명 양성, 2022년 3월) 등 대대적인 과학기술 인력 계획에는 미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문제는 기술이든 산업이든 인력수급은 불일치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가시화된 수요가 아닌 미래에 발생될 것으로 추정되는 수요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 수요를 전망하는 일 자체가 불확실한 작업이다. 수요 전망이란 각종 지표를 특정한 이론적 모형에 기반해 미래 시점으로 외삽(extrapolation)하는 일인데, 여기에는 지표 선정의 임의성, 모형의 불완전성 등 수요 전망의 객관성을 100% 담보하지 못하는 다양한 한계가 존재한다. 

사실 인력정책에서 미래 수요 전망이란 향후 5년, 10년 등 달력의 시간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아니라 그 시간이 흘러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규모를 제시하는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다. 바람직한 미래에 비하면 현재는 늘 모자라기 마련이라 수급 불일치는 인력정책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로 주어지는 조건이다.

즉 고용부 수치가 맞고 산자부 수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 각각의 전망에 어떤 미래가 전제되어 있는지, 그 대안적 미래가 얼마나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지가 문제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처 전망 외에도 민간의 인력 부족 추정은 제각각이다. 2022~2031년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합쳐 3만 명 부족(2022년 6월 10일 한국반도체협회), 2023~2032년까지 석박사급 고급인력 5천565명 부족(2022년 6월 15일 교육부 토론회) 등 전망 기간, 인력 수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숫자가 고무줄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숫자는 산업체 협회든 학계 전문가든 그 추산을 하는 주체가 나름 희망하는 미래를 전제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만약 이런 전망이 혹시라도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것이라면 정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예산이나 인프라 관련 정책에 쓰인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이지만, 인력정책의 숫자는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김소영 편집기획위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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