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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문제’ 먼저 통찰한 소수가 앞장선 캠페인
‘공공의 문제’ 먼저 통찰한 소수가 앞장선 캠페인
  • 유무수
  • 승인 2022.08.2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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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캠페인 인문학』 이종혁·박주범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76쪽

캐나다의 테리 폭스는 달리기 캠페인으로
8억5천만 달러 모금해 암연구 발전에 기여

이 책은 공공의 문제를 ‘공공의 문제’라고 먼저 예리하게 인식한 소수가 앞장섰던 캠페인을 다룬다.

캐나다에서 ‘테리 폭스 런(Terry Fox Run)’ 캠페인이 있었다. 농구선수였던 테리 폭스는 18세 때 무릎에 골육종 진단을 받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암 치료를 위해 16개월 동안 암 병동에서 머무르는 동안 다른 암 환자들의 고통까지 목격했다. 그는 암 연구가 더욱 진전되어 다수의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고 암 연구 기금을 모으기 위해 1980년 4월 12일 ‘희망의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2천400만 명의 캐나다인에게 1달러씩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5천373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캐나다인들 사이에 그를 응원하는 공감이 퍼져나갔다. 1981년 6월 28일, 22세의 나이에 테리 폭스는 삶을 마감했으나 그의 목표는 달성됐다. 그의 달리기로 1980년 이래로 8억 5천만 달러가 모금됐고 캐나다의 암 연구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부 기관이 기획한 대국민 캠페인도 있다.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는 2009년 4월 신종플루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때 ‘캐치 잇, 빈 잇, 킬 잇’ 캠페인을 벌였다.  ‘기침할 때 화장지로 침이 튀는 것을 막자(Catch it), 휴지통에 버리자(Bin it), 손을 씻어 바이러스를 없애자(Kill it)’는 행동 변화 촉진 운동이다. 신종 바이러스 비상사태 때 기침하면서 맨손으로 입을 막았다가 그 손으로 악수를 하면 세균이 상대방에게 직접 전달되며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이 캠페인으로 자주 손 씻기를 실천하는 사람의 비율이 53퍼센트 증가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세 딸을 둔 브룩 섀넌은 스마트폰이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멀어지게 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문제를 공공의 문제로 인식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실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중 2까지 기다리자(Wait until 8th)’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구입해주는 시기를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기다림으로써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교 아이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풍경을 줄이자는 취지다. 2017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홍보전문가, 변호사, 정책 컨설턴트 등 다양한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어린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접하는 순간부터 부모와의 대화, 야외활동, 독서량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문제로 고민하던 부모였다. 

문제점을 먼저 통찰한 소수가 앞장 선 캠페인이 다수의 공감을 얻으며 공공의 참여와 실천이 모여질 때 그 공공의 문제는 상당히 개선되거나 해결됐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진보가 이루어졌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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