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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 최승우
  • 승인 2022.08.2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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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근 지음 | 창비 | 264쪽

연대사회를 갈구하는 어느 지식인의 자기성찰
내가 권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

2019년에 칼럼 「대학을 떠나며」를 발표하며 정규직 교수를 사직해 화제를 일으켰던 사회학자 조형근의 저서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가 출간되었다. 대학을 떠난 이후 3년여 동안 ‘동네 사회학자’로 활동하며 고민한 바를 담았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조국 사태, 코로나19 대유행, 대통령 선거 등 큰 사건들을 겪으며 균열과 갈등으로 나아갔다. ‘촛불정부’는 불평등과 약자 문제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세상을 바꾼 줄 알았던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대학은 점차 진리의 보루라는 권위를 잃어가고 있으며, 세대와 젠더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한 듯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성찰은 무엇인가.

한때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어느새 ‘기득권’이 되어버린 진보 지식인 엘리트의 자화상을 돌아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86세대’로 불리는 진보진영의 주역들은 20대 시절 독재와 자본에 맞서 세상을 바꾸려고 투쟁했지만, 민주화가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투쟁을 경쟁으로 대체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불평등 재생산에 앞장선 것이다. 이는 오늘날 세대갈등과 진보-보수 지형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86세대, 진보, 남성, 엘리트, 지식인인 자신을 먼저 성찰하고자 한다. 유독 글을 쓸 때만 정의로워진다는 저자의 자기반성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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