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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 최승우
  • 승인 2022.08.2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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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지음 | 상상 | 112쪽

“나는 자유롭고 사랑은 갇혀 있다”
사랑으로 세상의 자유를 노래한 시인, 김재윤

고 김재윤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유고 시집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는 뜨겁게, 올곧게 세상을 위했던 시인의 삶과 고통 그리고 시인이 온전히 품고 있었던 희망을 정갈한 언어로 담고 있다.

시집 속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방”과 “벽”은 시인을 가두는 고통과 고독이다. 시인은 압도당하고 짓눌리면서도 고른 말들로 울고, 견디며 독자들에게 가닿는다. 독자들의 좌절과 우울이 밖으로 나와서 시를 만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인은 “수국”, “홍매화”, “칡꽃”과 “귤꽃” 등 많은 꽃들과 “나무”와 “눈”, “강”과 “바람”으로 어둠을 걷어내고 자유를 만나고자 한다.

시인은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에 마법처럼 분꽃”이 핀다고 한다. 시인은 좌절과 우울의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으로, 혼자의 자유가 아닌, “지구”의 자유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세상과 만나기를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염원한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먼저 일어나 촛불을 드는 사람”, “자신을 태워 촛불이 되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하였다. 그의 촛불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섬세하다.

안도현 시인은 “그의 원고는 붉은 불꽃과 하얀 연기 사이의 광채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현실의 고통을 봄볕에 말린 냄새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의 시는 세상의 어두운 곳, 고통이 많은 곳에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고자 하는 열정이다. 함께 이야기하고 울고 춤추고자 하는 사랑이고 자유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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