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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의 문화등반 43] 잘난 사람은 어떻게 잘난 사람이 되는가
[한민의 문화등반 43] 잘난 사람은 어떻게 잘난 사람이 되는가
  • 한민
  • 승인 2022.09.0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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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의 문화등반 43

 

한민 문화심리학자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잘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실제로 잘난 분들도 많지만 사실은 잘나지 못한 사람이 잘난 척을 하고 있다거나 누가 봐도 잘났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이 자기가 잘났다고 믿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잘난 분들의 적절한 잘난 척은 잘난 분에게서 괜히 느껴지는 이질감을 완화시켜주고 오히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어 줄 때가 있지만, 못난 분들의 잘난 척은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뿐더러 꼴보기 싫다고 끝날 문제가 아닌 문제들을 양산한다.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은 일단 자기애를 갖는다고 보았다. 어린 아이는 배고파도 울고 아랫도리가 불쾌해도 울고 심심해도 운다. 아이가 울면 주양육자(전통적으로 어머니)는 젖도 물리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딸랑이를 흔들며 놀아도 준다.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착각하고 위대한 자기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차적 자기애는 오래 가지 않는다. 아이는 곧 자기가 어머니와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이 자신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욕구들은 점점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모든 욕구들을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배워야 한다. 내 능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도 많다. 삶이란 이러한 사실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없었던, 또는 부족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기애를 유지하려 한다. 자신이 계속 잘난 줄 알고 심지어 다른 이들에게 자기의 우월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른바 자기애성 성격장애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잘난 척이나 하거나 남들이 자기의 잘남을 알아주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지는 정도라면 경증이라 할 만하지만, 타인들에게 자신의 특권의식을 강요하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거칠게 공격하는 등의 반사회적 행동까지 이를 수도 있다. 

어떤 조직의 리더격 인물이 자기애성 성격이라면 특히 골치가 아파진다. 이들은 자신의 판단을 과신한 나머지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자연스레 그 옆에는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이들로 채워지게 된다. 조직은 그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과시할 만한 목표만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조직이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큰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해 온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이런 이들은 실패를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며, 눈에 뻔히 보이는 실패와 좌절에도 자신의 우월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고 주변인들을 괴롭힌다. 가장 부작용이 덜한 수준이라야 자신의 우월함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원망을 하는 것이다. 

사실 자기애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자기애는 자존감의 근원이기도 하고 대인관계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장애로 분류될 만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저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기애가 성숙할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이다.

자기심리학의 코헛은 자기애가 성숙한 형태로 발달하려면 욕구의 좌절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때로는 그러한 상황을 극복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자기애로 나아갈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옛 선현들이 자식이 귀할수록 고생을 시키라고 하셨던 이유이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많다. 하지만 진짜 잘난 사람은 많이 없다. 그 사람이 진정 잘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실패와 좌절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는 것이다. 잘난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뉘우치고 보완하여 다음에는 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다.

만약에 아주 잘난 사람으로 알려져 왔던 어떤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조그만 실수나 실패도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남 탓으로 일관한다면, 그는 애초에 잘난 사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잘났다고 하는 사람은 많아도 잘난 사람은 드물다.

한민 문화심리학자
문화라는 산을 오르는 등반가. 문화와 마음에 관한 모든 주제를 읽고 쓴다. 고려대에서 사회및문화심리학 박사를 했다. 우송대 교양교육원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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