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50 (금)
몸 밖에서 ‘전이성 암’ 모사해 맞춤의료 길 연다
몸 밖에서 ‘전이성 암’ 모사해 맞춤의료 길 연다
  • 최승우
  • 승인 2022.09.07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포스텍·부산대 공동연구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이용해 혈관·림프관 포함된 인공 암 모델 개발
-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암 모델 제작하면 맞춤형 치료 실현할 수 있어”

한산도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과 싸워 크게 승리를 거뒀다. 이는 주변의 지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적군의 경로를 예측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우리 몸의 ‘적’인 암도 전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의 미세환경뿐만 아니라, 주요 전이 경로인 혈관·림프관을 모사한 체외 암 모델을 이용해서다. 향후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암 모델을 제작하면 개인별 맞춤 암 치료를 실현할 수 있다. 

조동우 포스텍(포항공대, 총장 김무환)기계공학과 교수·통합과정 조원우·안민준 씨, 김병수 부산대 교수(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연구팀은 인-배스(In-Bath)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이성 흑색종 모델을 제작했다. 이 모델은 전이성 흑색종의 특성을 모사하는 암 스페로이드(Cancer Spheroid)1)를 인공 혈관·림프관 사이에 프린팅해 만들어졌다. 

앞서 연구팀은 돼지유래 피부 조직을 탈세포화하여 만든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 배스(Bioink Bath) 안에 암 스페로이드를 바이오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크기의 암 스페로이드를 혈관과 함께 제작했다. 다만, 기존의 체외 암 모델에는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약물 내성에 영향을 미치는 림프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포스텍 조동우 교수
조동우 포스텍 교수. 사진=포스텍

이에 연구팀은 최초로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암 스페로이드와 혈관·림프관이 공존하는 전이성 암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개발된 모델에서 암세포의 침습·전이와 기질세포에 의한 약물 저항성 등 전이성 흑색종의 특징적인 현상이 관측됐다.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에 사용되는 약물 조합을 적용하자 실제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복잡한 체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체외 암 모델을 이용하면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환자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암의 진행과 치료제의 효과를 몸 밖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항암 치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줄어든다. 

나아가, 개발된 암 모델에 면역세포를 적용하면 실제 암에서 일어나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면역반응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