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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신이 있다”…역사·논리보단 신화·영적 기록
“하나의 신이 있다”…역사·논리보단 신화·영적 기록
  • 유무수
  • 승인 2022.09.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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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구약 읽기: 역사와 문헌』 크리스틴 헤이스 지음 | 김성웅 옮김 | 문학동네 | 656쪽

예일대 학부 ‘구약 성경 개론’ 24개 강의 모아
이스라엘의 새롭고 급진적인 전능의 유일신 신앙

KBS 「다큐공감」(2018년 1월 13일 방송분)에 나온 강원도 깊은 골짜기 마지막 화전민(당시 88세)은 부모님 따라 처음 산에 들어온 때가 1934년이었다. 여전히 전기가 없기에 밤이 되면 호롱불을 켰다. 그가 겨울에 가끔 한다는 목욕을 하고 직접 농사를 지은 수확물로 만든 음식을 보자기에 싸서 찾아간 곳은 밭 한 가운데 자리한 아버지의 산소였다. 지하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야 하늘이 도와준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과학의 잣대를 적용하면 그의 제사는 망상에 불과하다. 산소를 파헤치면 고인의 뼈만 남아 있을 것이요, 뼈에 절하는 종교적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하늘의 도움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여기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건질 수 있는 진실이 없다. 그러나 아버지와 연결되는 자아정체성을 점검할 수 있는 그 제사를 통해 계속 농사를 지을 의미와 안도감을 얻었고, 그 제사를 마친 후 특별한 반찬으로 먹는 고등어구이와 입가심으로 마시는 소주가 그에게 소박한 행복감을 주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예일대 학부 ‘구약 성경 개론’의 24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구약성경은 비역사적 목적과 문학적 관례와 형식에 의한 결과물이다. 구약성경은 1천 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수 세기의 구전 전승 자료와 고대 근동자료를 병합하고 유일신 신앙에 입각한 채택·개작·윤색·해석을 거치며 수많은 기록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다. 역사책으로 쓴 것도 아닌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올 때 그 책은 허구요 망상이라고 규정하고 배척한다면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존재론적 진실을 놓칠 것이다. 구약성경 기록자들의 관심은 객관적 역사의 서술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사건과 경험 속에 있다고 믿은 신의 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신앙고백, 교리문답 형태의 지적 동의가 필요한 형태로서의 종교개념”은 구약성경 시대에는 없었다. 기독교가 출현하면서 서구의 종교는 교리와 믿음에 따라 구약성경을 규정하고 있지만 저자는 디모데후서의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이라는 식의 신앙적 선입견을 제쳐놓는다. 저자는 역사학자와 문학비평가, 종교와 문화비평가의 관점으로 구약 읽기를 진행하면서 이스라엘의 종교적 삶과 문화, 사상을 탐색하며 가르침과 영감을 얻고자 한다.

창세기 천지창조 이야기는 바벨론의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의 주제와 소재가 똑같다. 에덴동산의 최초 한 쌍의 사람 이야기는 고대 근동 지방의 길가메쉬 서사시와 흡사하다. 노아와 홍수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 홍수 이야기인 아트라하시스의 서사시와 길가메쉬 서사시 속 홍수 이야기의 이스라엘 버전이다. 잠언, 욥기, 전도서 등 지혜서도 유일신 신앙을 제외하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지혜문학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구약성경 저자들은 그들이 처해있던 지방의 이야기들을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지방 이야기에 유사한 부분이 많다. 

고대 근동 지방과 이스라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하나의 신이 있다”라는 이스라엘의 새롭고 급진적인 신앙이었다. 고대 사람들에게 전지전능한 하나의 신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구약성경 기록자들은 근동 지방의 공통유산을 채택하여 유일신 신앙의 사상을 주입시켜 재구성했다. 가령 메소포타미아 홍수는 신의 변덕으로 일어났지만 구약성경에서는 인간의 생각과 계획이 항상 악하고 세상에 죄악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한탄하여 홍수를 일으킨 것으로 각색됐다. 망하지 않으려면 야훼를 경외하고 죄를 멀리해야 한다는 신앙과 사상이 반영된 것이다.

 

예일대 학부 ‘구약 성경 개론’의 24개 강의를 바탕으로 이 책이 씌였다. 이미지=픽사베이

구약성경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세대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사건은 ‘출애굽’이다. 역사적 사실을 신앙적 진리의 기준으로 여기고 출애굽의 ‘역사적 검증 가능성’을 파고 들어가면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 민족 전체가 노예로 살거나 대규모로 이주했다면 고고학 기록과 이집트 역사기록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 파라오 메르넵타가 1204년경에 세운 석비에 이스라엘을 포함, 가나안 여러 족속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대규모 인구 이동의 증거는 없다. 이집트의 기록에 모세라는 사람, 전염병, 바로 군대의 패전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구약성경이 다루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에 관한 신화적 이야기”이며, “야훼가 그들을 속박에서 구원하고 그들을 영원한 언약으로 자신과 하나로 묶었다는 전승이며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믿음”이다.

성서학자 예헤즈켈 카우프만(1889~1963)에 의하면 도덕적 질서의 부재와 악의 문제를 신의 본질과 종교적 믿음의 근거에 연결시키는 것은 이스라엘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신을 인정하는 이교도는 악신의 존재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악과 고통이 선한 신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교도의 신들은 생식행위까지 한다. 저자에 의하면 구약성경의 기록자들은 이 문제를 철학자나 신학자처럼 체계적인 논리로 접근하지 않는다. 구약성경 기록자들의 접근방법은 개인적이고, 심리적이고, 영적이다. 시편, 욥기, 전도서, 에스라, 느헤미야, 요나, 룻기, 에스더, 다니엘 등의 내용은 상황과 장르가 다르다. 이 책들은 “끊임없이 변했던 이스라엘 민족 역사의 긴 여정의 서로 다른 여러 현실, 순간,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책들이 모순된 내용을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생이 고달플 때나 평탄할 때나 유일신 야훼를 경외하고 죄를 멀리하며 진실하고 선하고 의로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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