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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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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2.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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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지음 | 최원오 옮김 | 아카넷 | 332쪽

서방 4대 교부 히에로니무스의 우리말 번역 첫선
히에로니무스의 주저이자 ‘최초의 교부학 입문서’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347~420)는 위대한 라틴어 번역가이자 성경 주석가이며, 서양의 스승이라 불리는 아우구스티누스, 암브로시우스, 대 그레고리우스와 함께 서방 4대 교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히에로니무스가 라틴어로 번역한 대중판 성경 『불가타』는 오늘날까지 성서 연구에서 특별한 권위를 지니고 있지만,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헌은 라틴어로 저술된 『명인록(De viris illustrie)』(393년)이다.

유명한 고대 그리스도교 저술가 135명의 생애와 작품을 정리한 『명인록』은 에우세비우스의 『교회사』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이며, 인문 고전 연구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이다. 이 작품에는 베드로와 바오로를 비롯하여 네 복음서와 신약성경 저술가들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 보존되어 있으며, 성경 번역과 주해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역자 최원오 교수(대구가톨릭대)는 『원리론』(오리게네스, 공역), 『성직자의 의무』(암브로시우스) 등 ‘교부학’ 고전을 한국어로 번역해 왔으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히에로니무스의 걸작을 라틴어 원전에서 직접 옮기고 해제와 주석을 달았다. 한국어판 『명인록』은 히에로니무스의 다양한 저술 가운데 우리말로 번역된 첫 작품이며 라틴어 대역판으로 출간됐다.

고대 그리스도교 저술가 135명의 생애와 작품 망라

고전 문화와 성경 문화가 어우러진 ‘최초의 그리스도교 문학사’
『명인록』은 고전 문학 전통 안에서 그리스도교 문학을 자리매김하고, 고전 문화와 성경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그리스도교 문화를 문학사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작품이다. 고전 문화에서 양성된 히에로니무스는 성경 문화를 대척점에 두지 않았고 오히려 이교 문학의 토대 위에 성경이 그 꼭짓점을 이루는 새로운 학문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의 탁월한 인문학적 역량을 성경과 그리스도교 원천을 다듬고 보존하는 데 오롯이 바침으로써 성서학과 교부학을 비롯하여 철학과 신학, 교회사와 세계사, 서양 고전 연구의 학문적 토대가 되는 『명인록』을 탄생시켰다.

교회의 두 기둥인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네 복음서 저자인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 신약 성경과 교부 문헌에 많은 영향을 끼친 유대인 성서학자 필론, 스토아 철학의 거장 세네카, 최초의 교부 문헌 저술가인 로마의 클레멘스, 평신도 교부 유스티누스, 위대한 신학자 오리게네스, 수도승 생활의 선구자 안토니우스, 최초의 교회 역사가 에우세비우스, 위대한 카파도키아 삼총사인 대 바실리우스·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니사의 그레고리우스 등 그리스도교의 주요 저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이 소개된다.

지난 2020년 히에로니무스 선종 1600주년 기념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교부를 “성경 해설의 가장 위대한 학자(doctor maximus explandis Scripturis)”로 기억했다. 오늘날 출간되고 있는 수많은 교부학 입문서와 교부학 사전도 사실은 『명인록』의 큰 틀을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발전시킨 것이다. 『명인록』은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학의 뿌리이며 아주 오래된 교부학 입문서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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