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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로 1시간 내 ‘급성 패혈증’ 진단한다
피 한방울로 1시간 내 ‘급성 패혈증’ 진단한다
  • 김재호
  • 승인 2022.09.2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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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수 숭실대 교수 국제연구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게재

피 한방울로 급성 패혈증·코로나19 중증환자를 1시간 이내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익수 숭실대 교수(화학과·사진)와 이학호 하버드의과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이런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23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교신저자인 신익수 숭실대 교수(화학과)와 이학호 하버드의대 교수. 사진=신익수

발명자 전원은 한국인이다. 고성능 질병 검사기의 핵심기술을 전량 외국이 점유한 상태에서 관련 차세대 핵심기술의 국산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다. 신 교수는 지난 21일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급성패혈증이나 급성심근경색 같은 응급질환은 혈액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이 매우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기기나 방법이 여태껏 개발되지 못했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환자 혈액 한방울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바이오마커를 현장에서 1시간 안에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기기로 혈액 검사를 하면 95%의 정확도로 패혈증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라며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알려진 그 어떤 진단 기술보다 우수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교수는 “임상시험연구를 위해 패혈증과 중증 코로나 환자 혈액 샘플을 얻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라며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센서는 단 한 개의 칩으로 최대 8개의 서로 다른 마커를 동시에, 그것도 1천조분의 1 몰(1 펨토 몰) 농도의 극미량까지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검출 감도와 다중 분석적인 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20분의 1 더 작은 차세대 바이오센서”
독일 의료진 제안으로 코로나19도 진단

패혈증은 혈관에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패혈증을 신속히 진단할 기술이 없다. 그래서 ‘골든 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패혈증의 평균 사망률은 약 30% 정도이며, 발병 후 2시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사망률은 80%까지 치솟는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대부분 중환자들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패혈증이다. 만일 발병 1시간 이내에 진단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면, 상당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번 연구에는 숭실대와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각각 2인, 3인 참여했다. 연구팀은 기존 첨단 장비의 20분의 1 크기의 차세대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손바닥 크기의 소형 장비만으로 1시간 이내에 패혈증을 95%까지 잡아내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조기진단율은 85%로 현재 알려진 바로는 가장 정확한 진단율이다.

공동 연구의 교신저자로 참여한 신익수 숭실대 교수(화학과)는 2012년부터 전기화학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신 교수는 산화환원 화학반응을 이용해 진일보된 형태의 바이오센서 및 에너지소자를 개발하는 연구을 하고 있다. 특히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빛을 발생시키는 ‘전기화학발광(ECL)’ 분야 전문가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기화학발광을 통해 핏속에 존재하는 패혈증 마커인 인터루킨-3((IL-3)과 인터루킨-6(IL-6)이라는 항원을 극미량까지 단시간에 현장에서 추적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신익수·이학호 교수 공동연구팀의 논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캡처. 

 

신호 전달 단백질 ‘인터루킨’이 원인

신 교수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인터루킨은 우리 몸 속의 림프구나 대식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 전달 단백질로서 면역계가 질병 및 감염과 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패혈증은 감염 때문에 발생하는 전신 염증반응인데, 인터루킨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면서 다시 이러한 염증반응을 더욱 폭발적으로 매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로 코로나19 중증환자까지 조기진단 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신 교수는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조기 진단의 경우,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우연히 제안받아 시작한 일이었다”라며 “우리 연구진은 애초에 패혈증 환자들의 혈액 속에 극미량 존재하는 인터루킨들의 농도 분포를 알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독일 의료진 측에서 자신들이 최근에 코로나19 증증, 사망 환자 사례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인터루킨 중 일부가 이 경우들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바이오센서가 성능이 매우 좋은 상태라서 코로나 환자 혈액도 함께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는 역제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 중증 환자의 경우도 이 인터루킨의 극미량 농도를 모니터링 함으로써 조기 예측이 가능하다는 걸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오센서는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상용화를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신 교수는 “상용화하려면 칩의 대량 생산뿐 아니라 연구에 사용된 항체, 소형 진단 기기 등의 재디자인, 시제품 제작, 실증화 과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라며 “이 모든 단계의 상용화를 미리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이 환자의 혈액을 센서의 칩에 떨어뜨리는 순간부터 자동 구현될 수 있는 양산형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중간 단계에 있으며, 적어도 2년 후에는 제품을 상용화 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이 기술이 전 세계 패혈증 신속 진단 및 관련 진단기기 시장, 나아가 차세대 진단기기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 기술이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더 많은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데에 많이 응용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신익수 숭실대 교수가 보내온 기술설명도. 

패혈증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질환이나 미리 진단할 기술이 없어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했다. 패혈증은 진단 분야 기술에서 난제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첫째 응급 현장에서, 둘째 1시간 이내에, 셋째 극미량 질병마커를 소량의 혈액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세가지 요구 조건을 모두 동시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센서는 면역진단 분야의 표준분석법인 ‘효소면역측정분석(ELISA)’ 장비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즉, 바이오센서를 통해 분석시간은 8배 빠르고, 타깃 검출 감도는 7천 배 더 우수한 초고성능 질병 검사기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국내 바이오진단 회사는 전 세계 대비 10년 정도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성과를 통해 관련 글로벌 바이오의료기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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